일제 강제징용 상징 군함도, 태풍에 쑥대밭…무너진 곳 잔해더미

일제 강제징용 상징 군함도, 태풍에 쑥대밭…무너진 곳 잔해더미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1-09 14:26
수정 2019-01-0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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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징용노동의 대표적 상징인 일본 ‘군함도’가 지난해 태풍으로 크게 파손돼 사람들의 접근이 금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쯤 상륙과 관광이 허용될 전망이지만, 이 섬이 일반에 공개된 2009년 이후 가장 장기간의 접근 제한이 지속되고 있다.

군함도는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하시마섬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별칭이 붙었다. 연간 30만명 정도가 이곳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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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제25호 태풍의 영향으로 군함도의 통로 울타리가 쓰러지고 토사가 유입된 모습.<나가사키시 제공>
 지난해 10월 제25호 태풍의 영향으로 군함도의 통로 울타리가 쓰러지고 토사가 유입된 모습.<나가사키시 제공>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군함도는 지난해 10월 제25호 태풍 ‘콩레이’로 인한 강풍과 파도에 통로 울타리들이 대거 무너지고 유실됐다. 배가 접안할 때 필요한 완충장치도 12개 중 6개가 유실됐다. 군함도는 이전에도 태풍 등으로 상륙이 금지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4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경우는 일반의 접근이 가능하게 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마이니치는 “나가사키시의 5개 업체가 군함도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상륙이 금지된 이후에는 배 위에서 섬 주위를 둘러보는 정도로만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나가사키시와 지역업계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통상 10, 11월은 대목 시즌이지만 이전에 비해 관광객이 30~40% 감소했다”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군함도 입장료로 어른 300엔(약 3000원), 어린이 150엔을 받아온 나가사키시는 지난 4개월간 약 2500만엔의 수입 감소가 발생했다. 파손된 시설 복구비로도 3110만엔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일본은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이라며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결국 2015년 7월 한국 등의 반대를 뚫고 최종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등재 조건이 됐던 부분을 이행하지 않는 등 말썽을 빚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은 “근대산업시설 23곳 중 일부에서 1940년대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이를 명확히 알리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7년 11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유산 관련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강제노역’ 대신 “2차대전 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고만 표현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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