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헐값 매입 학교장 소환 의결…아베 총리 초장기집권 분수령 될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오사카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 이사장이 오는 23일 국회에 출석해 이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 아베 총리 등에 관해 증언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중·참의원 예산위원회는 17일 모리토모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 사건과 관련, 가고이케 이사장을 국회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의결했다. “아베 총리로부터 100만엔의 기부금을 아키에 여사를 통해 받았다”는 가고이케 이사장의 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총리 사임까지도 예상된다. 반면 이 고개를 넘는다면 5년차 집권을 넘어 초장기 집권이 가시화된다.가고이케의 국회 증언을 막아 오던 집권 자민당도 아베 총리의 기부금 발언이 터져나온 뒤, 더이상 막을 수 없게 됐다면서 전격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온 일본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국회 증언을 통해 이를 털고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정면 돌파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도 “총리의 기부도 없었고 아키에 여사가 개인적으로 한 기부도 없다”고 말했다. 증인과 총리 측이 진실게임에 들어간 셈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 결백을 주장하면서 “관계가 있다면 의원직과 총리직을 모두 그만두겠다”고 배수진을 쳤었다.
총리 이름을 딴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 설립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에 국유지가 불하되고 총리 부인이 명예 교장을 맡아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설까지 한 상황에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여론은 “국유지 헐값 매입에 대한 정부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사히신문 등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80%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 “힘있는 정치권에서 뒤를 봐 주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확산돼 자칫 총리의 정치생명을 날려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사건으로 커졌다. 문제의 학원이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국유지 가격은 감정가의 7분의1인 1억 3400만엔(약 13억 4158만원)이었다. 관계 당국은 매립 쓰레기 처리 비용을 포함해 싸졌다고 변명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총리의 심복인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이 모리토모학원의 고문 변호사를 지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자민당 참의원 고노이케 요시타다 전 방재담당상 사무소가 관련 학원의 국유지 매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3-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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