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기틀 이후 한·일 관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개선되기보다 냉각기가 한동안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인식 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최악의 관계를 맞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그렇지만 속내는 더 복잡하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장기 집권을 보장받은 아베 정권과는 이러다가 정상회담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내년은 악재가 암초처럼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훈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는 결국 아베 정권의 연장이고, 대외 관계에서도 이전의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국내 정치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미조구치 젠베에 시마네현 지사는 지난달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을 정부 행사로 격상해 달라”고 중앙 정부에 요청했다. 아베 정권은 이 행사에 2년 연속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을 파견했던 만큼 시마네현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또 내년 8월 15일을 전후해 발표될 ‘아베 담화’에는 군위안부 동원과 주변국 침략을 반성하는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평화헌법 개헌도 문제로 지적된다. 총선 승리로 자신감을 얻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정부는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기조 및 우경화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수 우경화 기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가 추진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냉랭한 상황에선 성사되더라도 만남을 위한 만남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12-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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