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등반 기념사진부터 화산재 분화장면 포착까지
일본 화산 분화 희생자의 마지막 사진
교도통신이 제공한, 일본 온타케산(御嶽山·3067m) 분화로 숨진 희생자안 노구치 이즈미(野口泉水·59)의 유품인 컴팩트 카메라에 남아 있는 사진. 그는 분화 당일 산 정상에 있었다. 노구치의 아내는 이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면서 “마지막 사진은 놀라운 사진이지만 남편이 이 사진을 찍는 대신 피신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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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등산객들은 닥쳐올 화산 분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솜사탕 같은 구름을 사진기에 담았다.
보험회사 동료들과 함께 산을 올랐다가 숨진 다카하시 히데오미(高橋秀臣·41)의 아이폰에는 정상에 올라 찍은 기념사진이 남아 있다.
히데오미의 가족들은 2일 치른 장례식장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 몇 장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한 친구는 정상에서 찍은 기념사진에서 다카하시가 웃고 있지 않다며 “어쩌면 분화의 징조를 봤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노구치 이즈미(野口泉水·59)는 일이 바빠 함께 산에 오르지 못한 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온타케산의 모습을 100장이나 찍었다.
이 가운데 마지막 한 장은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거대한 기둥을 이루며 피어오르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었다.
그의 부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사진은 놀라운 사진이지만, 남편이 이 사진을 찍는 대신 도망쳤었길 원했다”고 말했다.
사진은커녕 점심으로 싸간 도시락도 먹지 못하고 숨진 등산객도 있었다.
이토 야스오(伊藤保男·54)씨의 유품으로 돌아온 배낭에는 손도 대지 못한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가 남아 있었다.
부인 히로미는 “남편은 지금 분명 배가 고플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 외에도 3명의 어린이와 5명의 노인을 비롯해 50명이 넘는 등산객이 예상치 못한 분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은 지난달 27일 오전 11시53분께 갑자기 화산재, 화산가스, 돌덩어리 등을 뿜어내며 분화했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총 51명, 실종자는 12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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