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소 주변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빠져나온 가족과 만난 이들의 웃음소리와 눈물이 뒤섞였다.
러시아군이 키예프와 함께 주요 공격 표적으로 삼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리코프에서 어렵게 빠져나온 친지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여성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동쪽 끝 하리코프에서 서쪽 끝 부도미에시 검문소까지는 찻길로 1천100㎞ 떨어졌다.
검문소에서 약 500m 떨어진 공터에는 국경을 넘은 피란민의 쉼터가 새로 마련됐고 그곳에서 2∼3㎞ 더 가면 임시수용시설 있다.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과 가까운 메디카와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쪽은 급증하는 피란민들로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80만 인구의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와 연결되는 코르쵸바는 가장 붐비는 국경 지역 가운데 하나다.
전쟁 발발 초기 수많은 피란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검문소 앞 도로가 점거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수많은 피란민이 검문소 앞 도로에 차를 세워둔 채 새우잠을 자는 이른바 ‘차숙’을 강행하자 폴란드 당국은 부랴부랴 검문소 인근 대형마트 내부를 싹 비우고 임시 수용시설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유입되는 피란민 수가 급증하면서 시설 내 여유 공간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날도 시시각각 대형 버스가 피란민을 실어날라 입구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등록 대기 시간이 길어지며 밖에서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추위에 떠는 아이도 자주 볼 수 있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