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솔리니 증손자, 프로축구 유소년팀서 뛴다…파시스트 팬클럽 힘 받나

무솔리니 증손자, 프로축구 유소년팀서 뛴다…파시스트 팬클럽 힘 받나

김정화 기자
입력 2021-02-03 16:34
수정 2021-02-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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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 손녀 “아들의 선택이자 사생활”
극우 팬들 ‘무솔리니에 영광을’ 파시즘 옹호 논란
베니토 무솔리니. 서울신문DB
베니토 무솔리니. 서울신문DB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증손자가 프로축구단의 유소년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무솔리니의 부활을 바라는 듯한 극우 팬클럽이 있는 구단이라 논란이 이어진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은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가 세리에A(1부 리그) SS라치오의 19세 이하 유소년팀에 공식 합류했다고 전했다. 오른쪽 풀백으로 이미 경기에도 두 번 출전한 그는 무솔리니의 손녀이자 전 유럽의회 의원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의 아들이다.
알렉산드라 무솔리니. 서울신문DB
알렉산드라 무솔리니. 서울신문DB
알렉산드라는 현지 언론에 “아들의 사생활이고 선택이다. 간섭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파시스트의 그림자를 지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치오가 극우 팬클럽 때문에 줄곧 비판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2019년 밀라노 중심가 로레토 광장 인근에 ‘무솔리니에 영광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곳은 파시즘에 저항하는 게릴라들에 의해 1945년 처형된 무솔리니의 시신이 거꾸로 매달린 장소다. 수십 명의 극우 팬클럽 회원은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파시스트 구호를 외치고, 파시스트식 경례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게 해방된 날을 기리는 ‘해방절’(종전 기념일) 전날 벌어진 일이었다.

2017년에는 나치에 의해 희생된 안네 프랑크를 조롱하는 듯한 낙서와 스티커로 경기장을 뒤덮고, 반유대주의 구호를 외쳐 충격을 줬다. 당시 이탈리아 축구협회(FICG)까지 나서서 이후 경기에서 프랑크의 일기 한 구절을 낭독하는 등 사태를 수습할 정도였다.

2017년 이탈리아 SS라치오와 볼로냐의 세리에A(1부 리그) 경기에서 나눠준 전단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홈 티셔츠를 걸친 사진과 함께 “우리 모두가 안네 프랑크다”라고 쓰여져 있다. 라치오 선수들도 경기를 앞두고 프랑크의 사진 아래 ‘반유대주의 안 돼’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몸을 풀었다. 서울신문DB
2017년 이탈리아 SS라치오와 볼로냐의 세리에A(1부 리그) 경기에서 나눠준 전단지.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홈 티셔츠를 걸친 사진과 함께 “우리 모두가 안네 프랑크다”라고 쓰여져 있다. 라치오 선수들도 경기를 앞두고 프랑크의 사진 아래 ‘반유대주의 안 돼’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몸을 풀었다. 서울신문DB
무솔리니 영입에 대해 유소년팀 감독 마우로 비앙체시는 “그는 2년 동안 뛰지 않았을 때도 불평한 적 없는 겸손한 소년”이라며 “아직 노련한 선수는 아니지만 유망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무솔리니라는 부담스러운 성(姓)과 관련해 나는 그의 부모와 얘기해본 적도 없다”며 “중요한 것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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