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고장 난 이란인 운전사에게 6400만원 모아 새 차 사주는 폴란드인들

트럭 고장 난 이란인 운전사에게 6400만원 모아 새 차 사주는 폴란드인들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2-20 13:13
수정 2019-12-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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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건포도를 배달하러 갔다가 고장이 나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이란인 운전자 파르딘 카제미가 문제의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폴란드 크라우드펀딩 단체 Zrzutka.pl 제공
폴란드에 건포도를 배달하러 갔다가 고장이 나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이란인 운전자 파르딘 카제미가 문제의 트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폴란드 크라우드펀딩 단체 Zrzutka.pl 제공
폴란드에 건포도를 배달하러 왔다가 트럭이 고장 나 오도가도 못하는 이란인 운전자에게 폴란드 사람들이 25만 즐로티(약 6463만원)를 모아 새 트럭을 사준다고 영국 BBC가 20일 전했다.

이란 북서부 코이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운전 기사 파르딘 카제미(30)는 지난 3일 폴란드 중부 카토비체 북쪽의 한 마을에서 몰고 가던 트럭이 속된 말로 ‘퍼져’ 버렸다. 수리해봤자 돈만 많이 들어가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돈이 없기도 했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그는 차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런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폴란드 트럭 운전자들이 수리할 비용과 음식과 잘곳을 제공하자고 크라운드펀딩을 시작했다.

그는 “27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는데 폴란드 인들이 좋은 사람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폴란드 사람들은 내게 천사였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에는 10만 즐로티만 모으자고 했는데 24시간도 안 돼 채워버렸고, 20만 즐로티로 상향했는데 그마저 넘었고 계속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나중에는 아예 새 트럭을 사주기로 했다.

그는 이제 건포도 배달 일을 마치고 체코로 건너가 물품을 싣고 이란으로 돌아갈 참이다.

그런데 또 문제가 있다. 트럭을 수입해도 좋다는 이란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물품을 이란에 수출해도 좋다는 제재 유예 허가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란 법에는 출시한 지 3년이 안된 차들만 수입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폴란드인들은 카제미의 트레일러를 끌 수 있는 2017년식 DAF XF 106 트랙터를 사주기로 했다. 하지만 EU 회원국의 일부 항구에서는 이란 제재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다른 차량도 물색하고 있다.

카제미는 일간 지엔닉 자초드니(Dziennik Zachodni)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직 어머니가 걱정하실까봐 이번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상세하게 말씀 드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일하는 중이라고만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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