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맞고 긴급 회항… 41명 사망
관제소 유도 받아 수동 조정으로 착륙활주로 부딪히며 연료 유출·엔진 폭발
“속도는 정상… 지상 충돌 이해 안 간다”
공황 상태 승객 짐 찾으려다 통로 막아
미국인 등 승객 40명·승무원 1명 숨져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항공사의 여객기 ‘수호이 슈퍼 제트 100’이 5일(현지시간) 불길에 휩싸인 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하고 있다.
모스크바 신화 연합뉴스
모스크바 신화 연합뉴스
타스통신 등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무르만스크로 출발한 국영 아에로플로트항공사의 여객기 ‘수호이 슈퍼 제트 100’이 이륙 28분 만에 회항해 비상착륙했으며, 착륙 과정에서 불이 났다고 보도했다.
타스에 따르면 여객기는 모스크바 인근 상공을 수차례 선회하다가 급격히 고도를 낮췄다. 하강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여객기는 비상착륙을 수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동체가 땅에 닿는 순간 불꽃이 일었고 순식간에 불길이 타올랐다.
러시아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 등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2명 이상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 1명은 미국인으로 알려졌고 현재까지 집계된 부상자는 11명이다. 인테르팍스통신은 피해가 커진 이유에 대해 “몇몇 승객이 공황 상태에서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짐을 찾으려고 통로를 막았다. 여객기 뒤편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됐고, 그들이 불속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가운데 재난당국 관계자는 “주요 사고 원인은 기체에 떨어진 낙뢰다. 벼락에 맞아 전자 장치가 고장났다. 승무원도 낙뢰가 여객기를 때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타스에 말했다.
인테르팍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기체가 세 차례 활주로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연료가 흘러나와 발화하면서 항공기 뒷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착륙 기어가 지면에 충돌해 부서졌다. 그 파편이 엔진으로 날아들어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장 데니스 예브도키모프는 사고 후 조사에서 “비행 중이 아닌 착륙 후 발화가 일어났다. 이륙 후 번개를 맞아 지상 관제소와 교신이 단절돼 수동 조종 시스템으로 넘어갔으며 이후 교신이 일부 재개되면서 관제소의 유도를 받아 착륙했다”면서 “착륙 속도는 정상이었다. 왜 기체가 지상에 충돌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시간이 1400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슈퍼 제트 100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개발한 첫 민간 여객기로 2011년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기종의 안전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슈퍼 제트 100의 안전 문제는 2008년 항공기 생산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여객기 생산 공장 직원 수십명이 공대 졸업장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슈퍼 제트 100은 2012년 인도네시아 판매 시연 비행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AFP는 이 기종은 러시아 항공산업의 ‘자부심’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2017년 운항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기체 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사고에 이은 또 한 번의 참사로 러시아 여객기의 총체적 부실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5-0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