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관광 도시 바르셀로나 ‘관광객과의 전쟁’

유럽 최고 관광 도시 바르셀로나 ‘관광객과의 전쟁’

입력 2016-11-24 15:02
수정 2016-11-2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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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관광객에 임대료 폭등 등 주민 삶 질 저하 불만 고조

에메랄드빛 지중해안과 풍부한 해산물, 피카소와 달리, 가우디 등 예술가들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는 유럽 최대 관광도시의 하나인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매년 3천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시와 국가의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나 정작 이들 관광객을 상대해야 하는 바르셀로나 주민의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저하되고 있어 시 당국이 보완책을 서두르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광진흥과 주민 생활 질 유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이 나올지 홍콩과 암스테르담, 베네치아 등 유사한 상황에 처한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도 바르셀로나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관광거품’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에 당선된 좌파진영의 아다 콜라우 시장이 밀려드는 관광객을 흡수하면서도 주민 삶의 질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일시적인 관광 수입보다는 바르셀로나의 문화적 측면을 보존함으로써 관광도시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관광지로서 혜택이 모든 시민에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160만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시 머무르는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로 도시 곳곳이 지저분해진 데다 밤이면 술에 취한 관광객들의 고성이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한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구역을 피해 다니느라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 시내의 주거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상당수 주민이 시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 중심가의 주민 수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최근 주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월세 폭등이 실업 다음으로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시장으로 불리는 콜라우 시장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예로 들며 “바르셀로나가 값싼 기념품 가게나 관광객만을 위한 도시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관광 인프라 혁신을 선언했다.

콜라우 시장은 우선 호텔과 민간 숙박시설을 포함한 모든 관광 접대시설에 대한 신규 허가를 동결했다. 그리고 시 주거난과 월세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에어비앤비 등 단기 숙박공유시설 등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에어비앤비 광고에 대해 3만 유로(약 4천500만 원)의 벌금을 물렸다.

에어비앤비 미국 본사 측은 에어비앤비에 벌금을 물리기는 바르셀로나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콜라우 시장은 또 20명의 특별 단속반을 편성해 인터넷상의 불법 관광객 임대 아파트 적발에 나서 3만 유로씩의 벌금을 물렸다. 이러한 단속 때문인지 지난해 바르셀로나 지역 호텔 고객 수가 5.4% 증가했으며 장기 임대료도 30% 증가했다.

콜라우 시장의 이러한 과격한 시책은 물론 관광업계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과잉 단속으로 자칫 시 경제생산의 10~12%와 고용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관광산업이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반면 시민들로부터는 환영을 받고 있다.

국제 관광단체들도 바르셀로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유엔관광기구(UNWTO)의 탈레브 리파이 총재도 바르셀로나가 ‘글로벌 아이콘’으로 관광 진흥의 ‘케이스 스터디’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파이 총재는 그러나 관광객 수를 제한하거나 관광시설에 대한 신규 허가 동결 등의 조치보다 시 중심부의 관광 접대시설 등에 높은 세금을 물리면 관광객을 시 외곽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러한 ‘군중관리’ 방식이 바르셀로나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콜라우 시장은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지난 3월부터 시내 관광중심 구역에서의 신규 접대시설 허가를 일체 내주지 않고 있다. 새로 들어설 시설들은 모두 외곽으로 나가야한다.

세계 주요 관광지들이 방문객 증가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많은 도시들이 경제적 혜택과 그 부작용 사이에서 해결책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관광지들이 관광진흥에만 치중한 나머지 부작용 해결책에 소홀하면서 혜택과 부작용을 동시에 해결할 적절한 모델이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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