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폭풍] 英·EU 어색한 첫 만남… “9월 이후 vs 당장” 탈퇴 협상 신경전

[브렉시트 후폭풍] 英·EU 어색한 첫 만남… “9월 이후 vs 당장” 탈퇴 협상 신경전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6-28 23:18
수정 2016-06-29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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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오늘 캐머런 배제 오찬회의

메르켈 “가족서 탈퇴하길 원하면 특권 누리고 의무 저버릴 수 없어”
캐머런 “EU와 긴밀한 관계 추구”

EU 정상회의… 브렉시트 착수 시점 논의. AFP 연합
EU 정상회의… 브렉시트 착수 시점 논의. AFP 연합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로베르트 피초(첫째줄 왼쪽부터) 슬로바키아 총리, 데이빗 카메론 영국 총리,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 보후슬라프 소보트카(둘째줄 왼쪽부터) 체코 총리, 미로 세라르 슬로베니아 총리, 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첫 정상회의에서 이들은 브렉시트 착수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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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서 만난 패라지와 융커 위원장. 브뤼셀 AFP 연합뉴스
유럽의회서 만난 패라지와 융커 위원장. 브뤼셀 AF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왼쪽) 대표가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융커 위원장이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정상이 28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탈퇴 협상에 관해 논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어색한 분위기에서 만난 27개국 EU 지도자들은 탈퇴 협상 시작 시기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후임이 결정되는 9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해 지난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정부 대책을 설명했다. EU 정상들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날 캐머런 총리를 배제한 오찬회의를 열고 영국과의 탈퇴 협상 과정에 대해 토의한 뒤 정상회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캐머런 총리는 만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탈퇴 이후에도 영국은 EU와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탈퇴 절차가 가능한 건설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바람과 달리 영국과 EU는 이날 탈퇴 협상 개시 시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영국은 올 가을 이후에나 공식적인 탈퇴 절차를 밟아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EU 주요국들은 다른 회원국의 추가적인 EU 이탈을 막기 위해 영국에 당장 탈퇴 절차를 개시해 협상에 나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가족에서 탈퇴하기를 원하는 누구라도 특권은 누리고 의무는 저버리려 할 수 없다”며 영국을 작심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영국이 정식으로 EU에 탈퇴를 고지하기 전까지, 즉 리스본 조약 50조(회원국의 탈퇴)를 발동하기 전까지 영국과의 공식 및 비공식 탈퇴 협상은 없다고 못박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국 정상의 전날 합의를 재확인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영국에 브렉시트 상황을 분석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국내외의 비난에 직면해있었다. 유럽의회도 28일 브렉시트 긴급회의를 열고 영국에 리스본 조약 50조의 즉각적인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면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지금 단계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동 여부는 주권의 문제며, 영국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투표 다음날인 2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캐머런 총리는 후임자가 탈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EU 각료이사회 의장국인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28일 네덜란드 의회에서 “영국이 EU를 빨리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며 타협적인 목소리를 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전날 런던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회동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EU 정상들이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관련해 영국에 보복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며 영국에 힘을 실어줬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6-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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