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합의… 구체적 내용은 비공개
농축산물 수출·EU 직접투자 효과 기대한국·메르코수르 FTA에도 긍정적 영향
브라질은 OECD 가입 가능성 더 커져
유럽연합(EU)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가 20년간 끌어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합의했다. 이로써 8억명을 아우르는 대규모 시장이 열린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메르코수르 FTA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U와 메르코수르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각료회의를 통해 FTA를 타결 지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FTA 체결에 따라 EU와 메르코수르는 10년에 걸쳐 수입 관세를 점진적으로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EU에 대한 농축산물 수출과 EU의 직접투자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제품 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개방해야 한다.
EU와 메르코수르는 1999년부터 FTA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장 개방을 둘러싼 견해차를 보이며 사실상 중단됐다가 3년 전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양측은 그동안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비롯한 핵심 쟁점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에 따라 EU와 메르코수르를 합친 8억명의 소비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 등장할 전망이다. 28개 회원국을 가진 EU는 인구 5억 1300만명,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19조 6700억 달러(약 2경 2730조원)에 이른다. 세계 GDP의 24.6%를 차지한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경제공동체다. 2012년 베네수엘라가 추가 가입했으나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2017년 회원 자격을 정지시켜 대외 무역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메르코수르는 남미 인구의 70%(2억 9000만명), 남미 GDP의 80%(2조 8300억 달러)를 차지한다.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은 개별 무역협상을 금지하는 블록 규정에 묶여 있는 탓에 지금까지 의미 있는 FTA를 체결하지 못했다.
특히 브라질 정부는 협상 타결을 크게 반겼다. EU·메르코수르 FTA 타결로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브라질의 가입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은 “EU·메르코수르 FTA 합의는 브라질이 OECD에 가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1994년)·칠레(2010년)·콜롬비아(2018년) 등 3개국이 OECD에 가입한 상태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앞으로 브라질의 FTA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9-07-01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