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체發 위기 타개 총력
자싱시 ‘방표’로 원주민 유상 수용
주택 수요 늘리고 주거안정 효과
지방 빈민촌 재개발 검토 잇따라
상하이는 부동산 폭등 우려 신중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 도심의 빈민촌인 ‘성중촌’(城中村) 모습. 바이두 캡처
28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저장성 자싱시는 지난 25일 낙후 지역 재개발·주민 재정착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방표’(주택표)를 통한 유상 수용 방식이 담겼다. 방표는 지역 재개발 수용 가구의 권리를 계량화해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증명서로, 원주민은 이를 제시하고 인근의 다른 집을 살 수 있다. 이는 신축 주택 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제일재경은 “자싱뿐 아니라 안후이성 허페이, 장쑤성 난징, 저장성 란시, 허난성 정저우, 장시성 난창 등에서도 ‘성중촌’(城中村·도심 속 빈민촌) 재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중촌은 한국 도시들의 ‘판자촌’에 해당한다. 이 도시들에서도 방표 보상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은 지난달 31일 ‘소비 회복과 확대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다. 주거 여건 개선 주택 수요를 적극 지원하고 지역 재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25일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도 ‘개인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 수 인정 기준에 관한 통지’를 통해 이미 주택을 샀던 사람도 ‘생애 첫 주택 구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베이징의 ‘부동산 부양’ 신호에 지방정부들이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2015년을 전후해 ‘방표 보상 재개발’이 활성화됐다. 당시 국무원이 “빈민촌을 재개발할 때 주민들의 주거 안정을 중시하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 ‘대량 철거·대량 건설’ 방식이 원주민들을 지역 밖으로 내쫓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판단에 따라 방표 보상을 통해 재개발 지구 인근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규모 재개발이 활발해졌고 단기적으로 주택시장 소비를 활성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급증하는 주택 재고에 부담을 느낀 지방정부들이 하나둘 방표 보상 카드를 꺼내는 것도 이를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소할 대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대도시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다만 ‘경제 수도’ 상하이는 부동산 규제 완화 시 자금이 밀려들 것을 우려해 부동산 부양에 소극적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복수의 소식통이 한 말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상하이 부동산 투자자 인란은 SCMP에 “상하이에서는 한 세대가 세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지방 공무원들은 주택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지방 도시와 상하이는 180도 다른 고민을 하는 셈이다.
2023-08-2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