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칭호 받으면서 가치관 변화…돈 벌 궁리만 했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발생한 원촨(汶川) 대지진 현장에서 여러 명의 생명을 구했던 ‘소년 영웅’이 5~6년 사이에 ‘사기꾼’으로 전락해 관심을 끈다.중국 쓰촨성 펑저우(彭州) 출신 지진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레이추녠(雷楚年·21)씨가 최근 중국인 21명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46만 3천 위안(약 8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고 쓰촨지역 현지 매체인 성도상보(成都商報)가 3일 전했다.
8만 명이 넘은 사망자를 낸 대지진 참사 당시 원촨지역 인근에 있는 펑저우에서 중학교 3학년생이던 레이추녠은 아비규환이 된 학교 지진 피해 현장에서 7명의 급우를 구해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진 직후 중국중앙TV(CCTV)가 ‘소년 레이추녠’이라는 14분짜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그의 용감한 행동에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그는 지진이 발생한 그해 8월에 열린 베이징(北京) 올림픽 성화 봉송자로 꼽히는 등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정부는 그에게 고등학교 학비를 면제해주고 보조금까지 줬다.
하지만, 그는 공부와 학교를 점점 멀리하면서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
학생 신분인데도 ‘영웅 대접’을 받아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도박에도 손을 댔다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이처럼 빗나가기 시작한 그는 2012년 12월에 만난 여자친구에게 “항공사 직원이 되게 해주겠다”면서 10만 위안을 받아 가로챈 뒤 소식을 끊은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기 행각을 일삼은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레이추녠은 조사관에게 “영웅 칭호를 받으면서부터 가치관과 인생관이 바뀌었다”면서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흥미를 잃었고 돈을 벌 궁리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그가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인장이나 공문서를 위조한데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돌린 규모도 비교적 큰 편이어서 10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