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을 일으킨 법관은 카르나타카 최고법원의 크리슈나 S 디싯으로 심리 내내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믿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고 털어놓았다고 영국 BBC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나아가 피해자가 한밤 중, 밤 11시에 사무실로 왜 돌아갔으며, 가해 남성과 함께 술을 마시는 데 반대하지 않았으며, 왜 아침이 올 때까지 함께 있었느냐고 캐물었다.
그러곤 “그녀의 설명을 통해서나 피곤해 잠에 빠져들었다는 행동 같은 것은 우리 인도 여성의 예법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남자가) 즐길 때 여성들이 이렇게 반응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훈계한 것으로 법정 기록에 나온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항의 시위가 연이었다. 분노한 이들은 법관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을 심문할 때 규정집이나 지침 같은 것이 있긴 하냐고 의심했다. 온라인에는 이미 최근 몇년 동안 인도 법관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했던 발언들과 디싯 판사의 발언까지 엮어 비꼬는 제목 “슬기로운 강간 생존자들이 되는 방법에 관한 인도 법관들의 지침”이 여기저기 퍼날려지고 있다.
방갈로르의 여성 인권 활동가인 마두 뷰샨은 판사가 쓴 표현들은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그가 언급한 ‘우리 여성들’이나 ‘즐긴다’는 표현 말이다. 빅토리아 왕조 시대 때나 가능했던 표현이다. 사안의 심각성에서 한참 떨어진 얘기”라고 개탄했다. 뷰샨은 또 이 피해 여성이 “보석 명령 자체에 대한 심문을 받지 않고, 가해 남성이 그녀의 행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왜 듣고만 있었느냐고 추궁하기에 바빴다고 어이없어 했다.
지난 2012년 12월 하이데라바드의 한 버스 안에서 27세 수의과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한 뒤 살해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지만 그 뒤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전국적인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 3만 3977건의 성폭행 사건이 등록돼 평균 15분에 한 번 꼴로 사건이 발생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