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앞바다에 중국 어선 260척, 미국도 “에콰도르 지지”

갈라파고스 앞바다에 중국 어선 260척, 미국도 “에콰도르 지지”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31 09:00
수정 2020-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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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3일 태평양 적도 근처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선박에 오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상어와 만타 가오리 등 멸종 위기에 직면한 해양 생물의 사체 300t이 어지러이 갑판 위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달 260척에 이르는 중국 선단이 다시 나타나 조업하고 있어 외교적 마찰과 해양 생물 생태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상어를 잡으면 샥스핀만 필요하다며 꼬리부터 잘라낸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제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2017년 8월 13일 태평양 적도 근처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선박에 오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상어와 만타 가오리 등 멸종 위기에 직면한 해양 생물의 사체 300t이 어지러이 갑판 위에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달 260척에 이르는 중국 선단이 다시 나타나 조업하고 있어 외교적 마찰과 해양 생물 생태계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은 상어를 잡으면 샥스핀만 필요하다며 꼬리부터 잘라낸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제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어떤 이는 ‘떠다니는 도시’라고 한다. 무려 260척의 어선들이 몰려 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연일 에콰도르와 AP 통신 등 유력 언론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중국 선단 얘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갈라파고스 섬 일대 바다를 누비며 상어와 만타 가오리 등 그렇잖아도 개체 수가 줄어드는 어종들을 싹쓸이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물론 이들은 국제수역 안에서만 작업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퀴토 주재 중국 대사관도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해 중국 어선들이 합법적으로 조업을 하고 있다면서 불법 어로를 단속하는 에콰도르 해군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과 최근 전 방위로 충돌하는 미국 정부마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고 AP 통신이 30일 전했다.

에콰도르 당국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태평양 연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중국 선단이 갈라파고스와 에콰도르 연안에 몰려들 어종을 앞바다에서 싹쓸어가 어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먼 레이 주지사는 중국 선단이 갈라파고스 제도로부터 370㎞ 떨어진 배타적 경제수역(EEZ) 가장자리에 아주 근접한 위치에서 조업하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으로 해마다 제도로 돌아오는 어종 수가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퓨 베르타렐리 대양유산 프로젝트의 책임자 루이 빌라누에바는 30일(현지시간) 중국 선단이 죽 늘어서 바다를 차단한 결과 EEZ에 유입되는 해류의 방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명하긴 힘들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발혔다. 이들 선단은 아주 오랜 기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위터에 “경제 및 환경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시도에도 맞서려는” 에콰도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진즉부터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에 항의하고 자국 선단들을 강력히 통제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 선단의 에콰도르 해역 진입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20명의 중국인 선원들이 갈라파고스 근처 해역에서 조업 중에 체포돼 옥살이를 했는데 갑판 위에는 위 사진처럼 수많은 상어 사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루이 갈레고스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라이베리아나 파나마 선적 깃발을 내건 선박 등이 중국 선단에 속해 있다며 콜롬비아, 파나마, 페루, 칠레 등 주변 국가들이 공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원양 선단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선박만 1만 7000척가량 된다. 이 중 1000척 정도가 다른 나라에 적을 두고 있다고 지난달 런던에 본부를 둔 ODI 연구집단은 밝혔다. 선박 소유권이 잘게 쪼개져 있어 중국 정부가 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ODI는 밝히면서 다른 여러 나라도 불법 조업의 문제를 일으키지만 중국이 가장 두드러진 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 식품농업기구(FAO)는 지난달 어업선의 3분의 1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에서 조업한다고 지적했다. 루이 수아레스 에콰도르 보호 인터내셔널의 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중국 선단이 예를 들어 선단에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남미 대륙의 조력자를 갖고 있지 않나, 증명하지 못하지만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빌라누에바는 갈라파고스 근처에 선단들이 몰려드는 일은 기후변화 탓에 다른 지역보다 이곳에 다양한 어종이 몰려드는 현상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이 해역에 점점 더 많은 선단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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