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급습한 범인 온몸으로 막다 사망…친구들 대피 시간 벌고 추가 희생 막아
켄드릭 카스티요
뉴욕타임스(NYT)는 8일 졸업을 사흘 앞둔 켄드릭 카스티요(18)가 전날인 7일 오후 영미문학 수업에서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를 보던 중 교실을 급습해 총기를 난사한 동급생 데본 에릭슨(18)과 마야 엘리자베스 매키니(16)를 막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스티요가 몸을 던지자 다른 세 명의 학생들도 범인을 제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카스티요는 졸업을 사흘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바카라USA라는 제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했으며, 회사 대표는 “매우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던 누이 지아솔리(18)는 “범인들이 ‘움직이지 마’라고 소리치자 카스티요가 범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면서 “덕분에 나머지 학생들은 책상 아래로 숨거나 교실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카스티요의 부모 존과 마리아는 외동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카스티요가 위험에 뛰어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지 않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존은 “카스티요는 특별한 아이였다”면서 “이타적인 사람. 그게 바로 내 아들이었다. 그게 내 아들을 죽게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두 범인 중 에릭슨은 이튿날 바로 법정에 섰다. 심리가 끝난 후 조지 브라클러 콜로라도주 지방검사는 에릭슨을 미성년이 아닌 성인으로 재판할 것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브라클러 검사는 사형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20년 전인 1999년 4월 컬럼바인고교 총격사건과 유사해 당시의 악몽이 재현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때도 2명의 재학생이 교정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장소 간 거리도 8㎞에 불과하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5-10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