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노선 갈아타는 트럼프… 하루에 정책 4개 뒤집기

중도노선 갈아타는 트럼프… 하루에 정책 4개 뒤집기

한준규 기자
입력 2017-04-13 23:14
수정 2017-04-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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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강경파 밀리고 온건파 득세

환율조작국 지정·나토 무용론 등 외교·경제·안보 정책 견해 선회
트럼프케어 실패로 전략 바꾼 듯
트럼프 “나토 더이상 쓸모없지 않아… 방위비는 공정해야”
트럼프 “나토 더이상 쓸모없지 않아… 방위비는 공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가 더는 쓸모없거나 진부하지 않다고 말해 회의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그러면서도 방위비는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변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힘’으로 밀어붙였던 외교와 경제, 안보 정책의 변화가 뚜렷하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하루에만 4개 정책을 뒤집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백악관 정책 기류 변화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환율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수출입은행 등에서 기존의 강경했던 견해를 뒤집었다. 자국 이익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보호무역 등에서도 미국 전통의 국제주의와 자유무역 등 기존 세계 질서를 존중하는 ‘중도 온건’ 노선으로 선회했다. 이는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등 극우파가 ‘백악관 실세’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큐슈너 선임고문 등 ‘온건 보수파’가 장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이 환율 조작으로 무역 이득을 얻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비난한 것과는 ‘확’ 바뀐 것이다. 또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다가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협력하려고 한다”며 중국 껴안기에 나섰다.

또 방위비 분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무용론’을 제기했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서도 “예전에 나토가 쓸모없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쓸모가 있다. 나토는 변했고 이제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고 있다”며 입장을 180도 바꿨다.

반면 “우리 미국 대통령보다 더 강력하다. 똑똑한 대통령”이라고 칭찬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러시아와는 잘 지내지 않을 것. 러시아와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며 날 선 비판에 나섰다. 따라서 유럽과 동맹을 중시하고 중국과는 갈등과 협력을, 시리아 등 문제로 러시아를 압박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외교 노선이 구축됐다.

‘정치적 인물’이라며 비난했던 옐런 의장에 대해서도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수출입은행 폐지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뒤집어 “수출입은행이 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트럼프케어 실패로 ‘밀어붙이기’식 정치엔 무리가 있음을 트럼프 대통령이 깨달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슬아슬한 속도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면서 “세계 질서를 존중하는 보수 온건의 미국식 정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7-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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