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직접 가야” vs “감정적 호소는 부적절”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흑인들이 왜 경찰을 믿지 못하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소방수’의 임무를 부여받고 긴급 방문한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다. 퍼거슨에서는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의 총격에 사망한 이후 열하루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홀더 장관은 세인트루이스 커뮤니티칼리지의 플로리슨트 캠퍼스에서 50여명의 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흑인으로서 자신이 겪어야 했던 경험담을 끄집어 냈다.
그는 뉴저지주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두차례 붙잡혔는데 당시 경찰은 트렁크와 좌석 아래 등 차량 구석구석을 이 잡듯이 뒤졌다고 회고했다.
홀더 장관은 “그것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로 인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 외에는 경찰의 표적이 될 만한 어떠한 이유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홀더 장관은 워싱턴DC 조지타운에 살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어느 날 저녁 8시께 사촌과 영화관으로 뛰어가는데 느닷없이 순찰차가 다가오더니 “어디로 가느냐, 기다려”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는 그때 사촌이 화가 나서 불만을 쏟아내려 했지만 자신이 입을 막았다면서 “우리는 결국 일을 잘 수습하고 영화관으로 갔다. 당시 나는 연방 검사였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라고 떠올렸다.
홀더 장관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언급한 것은 주민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브라운의 사망사건에 대한 연방정부의 공정한 수사 의지를 믿도록 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홀더 장관은 중앙아메리카 섬나라 바베이도스 이민자 2세로, 흑인으로는 최초로 법무장관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이날 브라운의 부모와 연방정부 소속 수사관과 검사, 현지 치안 책임자인 미주리주 고속도로 순찰대의 론 존슨 대장 등도 만났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문제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홀더 장관이 미국의 첫 흑인 법무장관이라면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국이 배출한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다. 게다가 이번 소요사태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에 발생한 흑백갈등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다.
현지 흑인사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의 직접적인 방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위 참가자인 스티븐 워시는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곳으로 와서 모든 상황을 끝내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방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리 자렛 백악관 선임고문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법무부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을 늘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무장관이 아무런 예단없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또한 냉정이 회복됨으로써 결국 폭력이 종식되는 방향으로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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