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분석 “전임자의 2배 이상…모금액 4천300억원 추산”민주당 차원 내년 총선대비용 지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 이후 부유층 상대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30차례나 참석하는 등 전임자들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적인 모금활동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 신문은 올해 백악관 풀기자단(공동취재단)과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도서관, CBS의 마크 놀러 기자로부터 입수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기록 등을 토대로 레이건 이후 전·현직 미국 대통령들의 모금활동을 조사했다.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첫해인 올해 4월 이후 최근까지 30차례의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이런 ‘출석 횟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으며 연임에 성공한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더 명확히 드러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2기 임기 같은 기간을 놓고 비교했을 때 클린턴 대통령은 18차례의 모금행사에 참여했고 부시 대통령은 11차례, 레이건 대통령은 10차례였다.
세 전임 대통령의 평균은 13차례였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그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모금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모금행사는 부유층의 사저나 특급 호텔 등 호화로운 곳에서 만찬 행사나 칵테일 리셉션의 형식으로 열렸다. 영화 제작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회장으로 할리우드 거물인 하비 와인스타인,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후손 등이 이런 후원자들이다.
기부자들 역시 부자와 명사가 대부분이었다. 와인스타인이 5월 뉴욕에서 연 모금행사에는 팝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패션 디자이너인 토미 힐피거,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사 최고경영자(CEO), 영화감독 겸 제작가인 J.J.에이브럼스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선출직 공무원’인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기회를 얻으려고 행사 참가비로 법적 기부금 한도인 3만2천400 달러(약 3천500만원)를 선뜻 내곤 했다.
기부행사 참석자 수와 참가비를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이후 모은 정치자금은 4억 달러(4천300억원)에 이른다고 가디언은 추산했다.
이미 재선에 성공해 차기 대선에는 나갈 수 없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며 정치자금을 모으는 것은 민주당 차원의 내년 총선 대비용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특히 핵심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공화당에 발목을 잡혀온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에서 모두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모금에 더 열심히 나서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대통령의 이런 모금활동을 놓고 국가 예산과 지도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모금행사 참여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10개 도시를 거쳤는데 그가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한 거리만 3만2천㎞가 넘었다.
에어포스원 운항에 시간당 18만 달러(2억원)가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모금행사 참석에 600만 달러(64억원) 가량의 세금이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로욜라메리마운트대 로스쿨에서 선거재원을 연구하는 제시카 레빈슨은 “대통령이 (모금 때문에) 사무실을 비우는 동안에는 국가 원수로서 활동에 공백이 생기는 셈”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 그에게 거액을 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