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場은 美 디폴트 걱정 안 한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을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10일(현지시간) 벌인 회담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그럼에도 각국 증시는 크게 오르며 마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모두 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어 11일에도 회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과거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대한 ‘학습효과’로 최소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을 임시방편이라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세계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23.09포인트(2.18%) 오른 1만 5126.07에서 거래를 마쳤다. 셧다운 직전인 지난달 30일 종가(1만 5129.67) 수준으로 회복돼 셧다운·디폴트 악재가 모두 소멸됐다. 영국 런던 증시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100 지수도 전날 종가보다 1.46% 오른 6430.49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 CAC 40 지수 역시 2%가량 올랐다.
여기에 블룸버그는 미국 재무부가 10일(이하 현지시간) 30년 만기채 130억 달러(약 13조 9100억원)를 발행했다면서 응찰률(발행 규모 대비 청약 금액 비율)이 2.64로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발행 금리도 3.758%로 전문가 예상치(3.784%)보다 낮았다. 협상 난항에도 시장에서는 디폴트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이 여야 간 협상 결과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것은 미국 내 여론이 현 위기의 책임을 공화당 탓으로 돌리고 있어 공화당이 ‘버티기’를 할 동력을 잃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2년 전 성급히 매듭된 부채 증액 협상 결과에 대한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좀 더 정교하게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에도 증세 여부 등을 놓고 공화당과 대립하다 디폴트 시한을 이틀 앞둔 7월 31일 어렵사리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합의 내용의 문제점을 이유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3-10-12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