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콩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한다고 밝힌 셰이크 알리 라시드 알리 사에드 알막툼(왼쪽) 두바이 왕자와 지난해 상반기까지 필리핀에서 활동한 온라인 가수 ‘알리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홍콩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패밀리오피스(거부들의 개인 자산운용사)를 세우겠다고 선언한 셰이크 알리 라시드 알리 사에드 알막툼(28) 두바이 왕자가 지난해 상반기까지 필리핀에서 ‘알리라’라는 예명의 가수로 공연했다”고 보도했다.
매체가 확보한 2021년 동영상에는 알막툼 왕자와 똑같이 생긴 가수 알리라가 노래를 부르며 공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국 안면 인식 사이트 페이스쉐이프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비교한 결과 유사성이 100%로 나왔다.
2021년 개설된 알리라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랍에미레이트(UAE) 출신 가수 겸 작곡가”라면서 “타갈로그어(필리핀 현지어)와 힌두어, 영어, 프랑스어로 노래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라고 소개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주무대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자취를 감췄다. 공교롭게도 이 무렵부터 알막툼 왕자가 갑자기 등장해 홍콩 정재계 인사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알막툼 왕자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갈등 심화, 국가보안법 제정 등으로 홍콩에서 해외 자본이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역발상 투자’를 단행해 화제가 됐다. ‘구세주’의 등장에 홍콩 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지난달 말 그를 직접 초대해 환대했다. 단박에 알막툼 왕자는 홍콩에서 가장 ‘핫한’ 인사가 됐다. 그런 그가 패밀리오피스 개소식 전날 계획을 전면 유보하고 두바이로 떠나면서 정체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짜’ 두바이 왕자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부캐’(부캐릭터)로 필리핀에서 가수 활동을 했거나 ‘가짜’ 두바이 왕자가 외자 유치에 목마른 홍콩의 사정을 이용해 대담하게 사기행각을 벌이려 했다는 것이다.
SCMP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두바이와 홍콩의 알막툼 왕자 사무실에 수 차례 연락했지만 아무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