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 구하려 ‘20시간’ 노숙 대기
가족 시신 수습하고 돌아가는 이들도
한숨과 울음이 뒤섞인 아다나 공항
샌드위치 나눔 봉사로 따뜻함 나누기도
15일 아다나 공항에 항공권을 미처 예매하지 못한 이재민들이 여유분 표의 현장 발권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아다나 곽소영 기자
아다나 곽소영 기자
“가족이 죽어서 빨리 가야 한다. 언제쯤 표가 나오는지 알려달라.”
15일(현지시간) 찾은 튀르키예 아다나 공항은 가족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러 가거나 이미 시신을 수습하고 온 이들, 무너진 삶의 터전을 어쩔 수 없이 떠나온 이들의 한숨과 울먹임이 뒤섞여 있었다. 미처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한 이재민들은 취소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공항 이곳저곳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 갔다. 공항에는 휠체어를 타거나 깁스를 한 사람,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람도 유독 많았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남부 지역의 공항인 이곳은 지진 직후에도 유일하게 하늘길이 열려 있었다. 최근 지진 피해로 폐쇄됐던 가지안테프 공항과 하타이 공항이 다시 운영을 재개하면서 참사 초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한산해졌다. 하지만 이재민을 비롯해 피해지역으로 왔다 돌아가는 현지인이 몰리면서 아다나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표는 이틀 뒤인 17일까지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공항에서 표를 사기 위해 노숙을 하기도 했다. 에세(13)도 어머니, 동생과 함께 안탈리아로 가기 위한 비행기 표를 구하고 있었다. 공항 구석 의자에서 기다리던 에세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다른 사람들의 구조를 돕고 나서 우리와 만나기로 했다”며 동생을 안고 있던 자세를 고쳐 잡았다.
13살 에세가 동생과 함께 아다나 공항에서 안탈리아로 가는 표를 구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에세는 “아버지는 고향에서 다른 사람들의 구조를 돕고 나서 우리와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다나 곽소영 기자
아다나 곽소영 기자
비행기 표를 구하느라 공항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야만 하는 이재민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샌드위치를 나눠주기도 했다. 하루 샌드위치 1000개를 주문해 매일 공항에서 나눔 봉사를 하는 하칸(40)은 “지금은 생업을 이어가기보다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돕는 게 우선”이라며 “거대한 재난이라 수습이 어렵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나아질 때까진 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칸이 아다나 공항에서 대기 중인 이재민들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다.
아다나 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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