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7일 하타이 지역에서 한 구조자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서고 있다. 하타이 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예상하지 못했던 강진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6000채 가까운 건물이 무너졌고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도 중대한 타격을 입었다. 셀바 데미랄프 터키 이스탄불 코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지진에 따른 생산 및 공급망 차질로 안 그래도 어려운 터키 경제가 더 위태로워질 것”으로 우려했다.
사실 튀르키예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경제난이 심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85.51% 상승해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라화 가치도 지난해 초 달러당 13리라대에서 지진 직후 19리라로 근접하는 등 10년 사이 90% 넘게 폭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정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지진까지 발생해 튀르키예 경제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튀르키예는 1999년 8월 규모 7.4 강진 때도 성장률이 2.5% 가량 하락했다.
장기 집권을 추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5월 대선 및 총선을 앞두고 ‘메가톤급 악재’를 만났다. 지금도 야당 후보에 지지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사회 혼란이 커지면 반(反)에르도안 정서가 확산할 것으로 여겨져서다.
10년 넘는 내전으로 국가 경제가 황폐화된 시리아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NYT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주요 피해지인 북서부 일대는 460만명의 피란민이 모여 살던 곳이다. 이 가운데 270만명 이상이 임시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는데, 이번 강진으로 상당수 난민촌이 무너졌다. 내진 설계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없던 터라 피해가 더 커졌다.
내전 장기화와 서구세계 제재 등으로 시리아 정부 재정은 오래 전부터 바닥이 난 상태다. 연료와 식량, 전기 등 기본적인 인프라 공급조차 버거워하던 상황에서 지진까지 덮쳤다. 정부 지원이 끊긴 난민들이 대규모 동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도주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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