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립연구기관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샘플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샘플.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RDIF 제공=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독일 정부 “안전성 알려진 자료 없다” 신중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명칭 차용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 우선한다” 우려 제기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보건 담당 국제기구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백신은 3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백신 등록 발표가 과거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러시아 백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한 상태”라면서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서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 1호는 1957년 러시아 전신인 소련이 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이다.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에는 큰 충격이었고, 1960년대 미소 냉전 체제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우주 경쟁의 도화선으로 작용한 사건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 백신 개발 경쟁을 언급한 뒤 “이번 백신 명칭은 러시아 정부가 국가적 자존심과 전 세계적 규모의 경쟁 일부로서 백신 개발 경쟁을 보고 있음을 상기해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명칭에 대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성공했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과학자는 러시아가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