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치’ 추락한 트럼프… ‘투명한 방역’ 부활한 메르켈

‘코로나 정치’ 추락한 트럼프… ‘투명한 방역’ 부활한 메르켈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4-20 22:34
수정 2020-04-2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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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 과정에 지금까지 미국인을 대상으로 418만건의 바이러스 검사가 행해졌다며 면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이렇게 빠른 속도로 수백만명에게 검사를 시행한 것은 어떤 나라도 미국에 근접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미국이 이제 “인공호흡기의 제왕”이 됐다고 자랑했다. 워싱턴 풀기자단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브리핑 과정에 지금까지 미국인을 대상으로 418만건의 바이러스 검사가 행해졌다며 면봉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이렇게 빠른 속도로 수백만명에게 검사를 시행한 것은 어떤 나라도 미국에 근접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미국이 이제 “인공호흡기의 제왕”이 됐다고 자랑했다.
워싱턴 풀기자단 EPA 연합뉴스
트럼프, 발생 초기엔 지지층 결집 효과
방역보다 정치화시키자 지지율 하락세
과학 무시한 아베·보우소나루도 닮은꼴

獨·伊 총리 초기대응 실패에도 방역 집중
국민 신뢰 얻고 지지율 70%대 고공행진

코로나19가 감염병 사태를 정치화한 지도자들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보건과학에 근거한 객관적 접근이 아닌 위험을 축소하거나 진영 간 쟁점화로 여론을 유리하게 돌리려는 전 세계 ‘스트롱맨’(권위주의 성향 지도자)들의 전략이 결국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이달 1~14일 실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 조사 결과 ‘긍정 43%, 부정 54%’로 나타났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긍정 답변은 지난달 13~22일 조사 대비 6% 포인트 떨어졌고, 갤럽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최대 하락폭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회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2009년 만에 처음으로 30%까지 올랐다.
지난달만 해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오름세였다. 미 정가에서는 국가위기나 전쟁 때 국민들이 오히려 ‘성조기 아래’ 단결하게 돼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플래그 이펙트’(결집 효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두고 이런 결집 효과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염병 최고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경질설, 의료물품 공급 실패에 대해 민주당 주지사들과 벌인 책임론 공방, 섣부른 경제 정상화 시도 등 코로나19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이 지난 한 달간 반복된 결과라는 것이다. CNN은 “여론조사 역사상 ‘플래그 이펙트’ 이후 가장 빨리 지지율이 하락한 사례”라고 전했다.

보건 전문가를 괴롭히다 지지율 하락을 맞은 것은 트럼프만이 아니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2주 전 조사보다 6% 포인트 오른 39%로 나타났다. 보란듯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경제 정상화 시점 및 범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 보건부 장관을 교체한 그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울을 보듯 닮았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과학이 정치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선임고문인 시부야 겐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교수의 발언 역시 일본이 왜 지금의 위기를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브스는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중에 세계 10대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 대부분의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아베 신조 총리는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첫 대응은 늦었지만, 전염병의 위험성을 솔직하게 인정한 지도자들은 오히려 지지를 회복하고 있다. 연이은 선거 패배 등 각종 악재로 불명예 퇴진 가능성까지 나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조사에서 79%의 국정지지율을 기록했고, 집권 기민당 역시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 밖에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도 국가위기 속에서도 지지율이 상승했다. 무엇보다 방역 책임자들이 정치에서 벗어나 방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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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4-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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