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줄이려 코스에 화학물질 뿌리고 ‘와이파이 파동’까지
지난 8일 극심한 스모그에 휩싸인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 지역의 도로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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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CNN 방송에 따르면 오는 20일 뉴델리 남부 자와할랄 네루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에어텔 델리 하프마라톤’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4만633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회를 이틀 앞둔 18일 뉴델리의 초미세먼지(PM 2.5) 공기질지수(AQI, 최소 0 ~ 최대 500)는 무려 227에 이르렀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건강에 매우 나쁨’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초미세먼지 AQI 기준은 25다.
이날 현재 뉴델리 시내에는 두꺼운 노란색 스모그가 내려앉아 일부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 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폐와 혈류로 들어와 호흡기 질환, 암, 뇌졸중,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데 신체 운동은 이러한 초미세먼지의 흡입량을 최대 5배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회 주최 측은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다양한 해법을 마련 중이다.
대회 홈페이지를 보면 주최 측은 먼지와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마라톤 코스 전체에 ‘생태적으로 안전한’ 화학 반응물질을 섞은 물을 살포하고, 심지어 공기 중에 ‘와이파이 파동’을 일으켜 오염물질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낸다는 과학적으로 거의 검증되지 않은 대책까지 제시했다.
아울러 코스 전체에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준비시킬 계획이라고 대회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참가자들도 공기정화기가 달린 안면 마스크나 방독면으로 ‘중무장’하고 달릴 것으로 보인다.
뉴델리는 물론 지난 2014년 중국 베이징 마라톤에서도 다수의 참가자가 마스크를 쓰고 달리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뉴델리의 대기오염에 참가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인도에서 각종 마라톤 대회들에 참가 중인 조너선 길 해리스는 CNN에 지난 4년간 대기 질이 급격히 악화했다며 주최 측이 자신한 와이파이 파동 기술을 가리켜 “크게 벌어진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미봉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대기오염 조사·분석 업체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지난해 뉴델리의 평균 AQI는 135.8로 미국 환경보호청(EPA) 권고 기준의 3배에 이르렀다.
특히 추수를 끝낸 농부들이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우고, 매년 10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힌두교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바람에 겨울을 앞두고는 ‘가스실’ 수준으로 공기 질이 나빠진다.
이에 따라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주 정부가 최근 조달한 마스크 600만 개를 배부하고, 도로 살수 등의 조치로 오염을 저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어텔 델리 하프마라톤 주최 측도 통상 11월에 열리던 대회를 올해는 디왈리 축제 전인 10월로 앞당겨 개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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