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간토대학살 조선인 추도식 열려…극우들, 주변서 “날조다” 방해

日간토대학살 조선인 추도식 열려…극우들, 주변서 “날조다” 방해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9-01 14:40
수정 2019-09-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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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400여명 모여 96년 전 조선인 6천여명 억울한 죽음 위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위안부나 강제징용 등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1일 도쿄에서 96년 전 집단 학살을 당한 조선인의 넋을 위로하는 행사가 열렸다.

일조(日朝)협회 도쿄도합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이날 도쿄 스미다(墨田)구 도립 요코아미초(橫網町) 공원의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앞에서 추도식을 열고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처참하게 학살당한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혼무를 통해 희생자들의 혼을 위로했으며, 추도문을 낭독하는 한편 묵념, 헌화를 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메시지를 보내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고노 전 장관은 “간토대지진 당시 유언비어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한국, 조선의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이런 역사를 기록해 전달하면서 민족 차별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돕는 사회를 만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호세이(法政)대 다나카 유코(田中優子) 역시 “간토대지진 때 유언비어와 선동으로 목숨을 잃은 조선인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애도를 표한다”며 “당시 일어난 일의 원인이 된 ‘일상의 차별’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서는 규모 7.9의 대형 지진인 ‘간토 대지진’이 발생했다.

10만5천여명이 희생될 정도로 피해가 컸는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자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재일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했다.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학살된 조선인의 수는 6천661명에 달한다.

간토대학살이라는 만행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에서도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 ‘역사 수정주의’ 흐름 속에서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거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등 도쿄지사들은 재직 중 매년 9월 1일 열리는 간토대학살 조선인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으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우익들이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의 조선인 희생자 수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대지진 희생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요식에서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는 점을 들어 추도문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추도식장에서 불과 4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일본 우익 40여명은 추도식을 방해하는 집회를 열었다.

도쿄도의회와 도쿄도의 구의회 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이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는 적반하장격의 발언을 하며 학살 피해자들을 욕보였다.

도쿄 가쓰시카(葛飾)구의회 의원인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는 “최근 한일 분쟁 원인은 한국의 거짓말에 있다”면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스즈키는 2012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놓는 이른바 ‘말뚝테러’를 했던 인물이다.

이들의 억지 주장은 스피커를 타고 추도식장의 불경 소리와 섞이며 추도식을 방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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