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의 벤과 재키 부부가 모아놓은 1020달러를 문서파쇄기에 넣어 갈아 버린 두살 아들 레오와 파쇄기에서 나온 지폐 조각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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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에 사는 벤과 재키 벨납 부부는 유타 아메리칸 대학 풋볼 팀의 시즌 티켓을 사려고 돈을 모아 넣어둔 봉투가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한참 집안을 뒤졌는데 찾을 수 없었다. 불현듯 평소 광고성 편지나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인쇄물 같은 것을 파쇄기에 넣는 일을 돕던 레오 생각에 미쳤다. 아니나 다를까 파쇄기 안을 살폈더니 거기 갈가리 찢긴 채로 있었다.
엄마 재키는 일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래 시부모들이 시즌 티켓을 사줘 이를 갚으려고 돈을 모아 파일 캐비넷에 보관해오다 시부모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는데 화근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낙담한 부부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재무부의 손상화폐부(Mutilated Currency Division)는 파쇄된 지폐 조각을 다 모아 보내오면 숙달된 전문가들이 조각을 맞춰 다시 맞춰지면 “전액을 되찾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담당자는 “작은 지프락 봉투 안에 넣어 우편으로 보내오면 1~2년 안에 돈을 돌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엄청 걸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재무부는 이런 식으로 손상된 화폐에 대한 신고가 매년 3만건 정도 접수돼 3000만 달러(약 339억원) 정도가 교환된다고 밝혔다고 6일 영국 BBC가 전했다.
우리는 어떤가 검색했더니 지폐의 4분의 3 이상이 남아 있으면 전액을, 5분의 2 이상 남아 있으면 반액을 돌려 받고, 그 미만은 한푼도 못 챙기게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에 발표한 올해 상반기에 폐기된 손상 화폐는 2조 214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2조 616억원보다 402억원(1.9%) 줄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의 1조 7077억원보다 3137억원(18.4%) 늘었다. 손상 화폐를 새 화폐로 대체하려면 324억원이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구 수나 경제규모 등을 비교했을 때 우리 국민이 얼마나 돈을 험하게 쓰고 잘못된 보관 방법 때문에 많은 돈을 낭비하게 하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손상된 주요 이유로는 습기·장판 밑 눌림 등에 의한 경우가 5억 4700만원(은행권 교환액의 53.2%, 1076건), 불에 탄 경우가 3억 5200만원(34.2%, 590건), 칼질 등에 의해 조각난 경우가 5000만원(4.9%, 408건), 기름 등에 의해 오염된 경우가 1300만원(1.2%, 78건) 등이었다. 의뢰인이 교환해달라고 한 액면가는 10억 8100만원이었는데 실제로 되찾은 금액은 10억 2800만원에 그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