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우드가 ‘복지안동(伏地眼動·땅에 바짝 엎드리고 권력의 향방을 살피기 위해 눈알만 돌린다) 모드’에 들어갔다. 중국 최고 여배우 판빙빙(範氷氷)의 거액 탈세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바람에 중국 당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반에 걸친 세무조사와 통제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찰리우드’(Chollywood)는 중국의 ‘차이나’(China)와 세계 영화의 본고장 ‘할리우드’(Hollywood)를 결합해 중국 영화산업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판빙빙 파문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이 엔터테인먼트산업에 대한 간섭 강도를 높일 것으로 우려해 투자가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찰리우드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중국 세무당국은 앞서 3일 음양(陰陽·이중)계약서를 작성해 탈세한 혐의 등으로 판빙빙에게 벌금 5억 9500만 위안을 포함해 미납 세금 2억 8800만 위안 등 모두 8억 8394만 6000 위안(약 1446억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판빙빙은 사과문을 통해 “최근 나는 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고통과 교만을 경험했다”면서 “내 행동을 매우 반성하며 모두에게 죄송하며 전력을 다해 세금과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중국 세무당국은 판빙빙이 탈세 문제로 처음 걸린 데다 그동안 세금 미납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납부 마감일까지 돈을 제대로 내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빙빙은 관련법상 15일 이내에 이를 모두 납부해야 하나 납부액이 워낙 거액인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납부 시한을 늦춰줬다고 중국 경제관찰보가 전했다. 이에 따라 판빙빙은 아파트 41채를 팔아 이를 낼 자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 등이 5일 보도했다.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판빙빙은 세금 납부를 위해 자신이 보유하는 다량의 부동산 중 일부를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물은 ‘개인 소유로서 재산권이 명확하고 관련 대출도 없지만 일괄 구매를 희망한다’는 조건이 붙었으며, 시가보다 최대 30% 싸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매물의 총 가치는 10억 위안(약 1640억원)에 이른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판빙빙의 재산은 70억 위안(약 1조 1500억원)에 이른다.
중국 세무당국은 연말까지 유명 연예인 등이 탈세 등을 ‘자수’하고 세금을 자진 납부할 경우 처벌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찰리우드에서 이른바 ‘음양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만큼 이에 대한 당국의 수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판빙빙 사건의 발단도 음양계약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의 유명 MC 출신인 추이융위안(崔永元)엔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화 ‘대폭격’(大轟炸)에 출연하면서 판빙빙이 작성한 것이 음양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당시 1000만 위안을 받기로 한 계약서 외에 5000만 위안 규모의 이면 계약이 있다고 폭로했다. 금액이 적은 것은 세무서 납부용이고, 금액이 많은 것이 진짜 계약서라는 얘기다. 이 같은 폭로 이후 판빙빙은 중국 공안의 타깃이 되면서 잠적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이 직접 나서 판빙빙 사건을 조사했다.
이 때문에 찰리우드는 자칫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가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제작 일정을 늦추거나 신규 계약 체결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텐키 틴 카이만 홍콩영화협회장은 “3개월 전 판빙빙이 사라진 시점부터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위축되기 시작됐으며,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제작도 대부분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들어 공산당중앙선전부가 전면에 나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정치적 색채를 강화하고 통제 일변도의 규제를 가하면서 문화산업 전반이 위축된 상태이다.
하지만 판빙빙 파문이 찰리우드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영화감독은 “판빙빙 사건 전에는 톱스타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출연료가 지급되면서 작가나 제작진이 받아야 할 돈마저 부족하기도 했으나 이제 이러한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6월 영화와 TV쇼, 온라인 영상물 등을 만들 때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출연료 독식’ 방지를 위해 주연배우의 출연료도 전체 출연료의 70% 이하로 제한했다. 이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톱스타에게 주어지는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50∼80%를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판빙빙 사건 전에는 실제 받은 돈보다 적은 금액을 기재한 계약서를 만들어 세무당국에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는 ‘음양계약’ 관행도 만연했으나 이 같은 관행도 근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판빙빙의 탈세 사건에 연루된 영화 ‘대폭격’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영화의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영화인 대폭격은 배우 송승헌과 할리우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 등이 출연한다. 원래 8월이 개봉 예정이었지만 판빙빙의 사건이 터지면서 상영이 연기됐다. 대폭격이 오는 26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하면 송승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이후 3년여 만에 중국 개봉 영화에 출연하는 한국 배우가 될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음양계약서를 통해 탈세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된 중국 여배우 판빙빙.
서울신문 DB
서울신문 DB
중국 세무당국은 판빙빙이 탈세 문제로 처음 걸린 데다 그동안 세금 미납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납부 마감일까지 돈을 제대로 내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판빙빙은 관련법상 15일 이내에 이를 모두 납부해야 하나 납부액이 워낙 거액인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납부 시한을 늦춰줬다고 중국 경제관찰보가 전했다. 이에 따라 판빙빙은 아파트 41채를 팔아 이를 낼 자금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 등이 5일 보도했다.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판빙빙은 세금 납부를 위해 자신이 보유하는 다량의 부동산 중 일부를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물은 ‘개인 소유로서 재산권이 명확하고 관련 대출도 없지만 일괄 구매를 희망한다’는 조건이 붙었으며, 시가보다 최대 30% 싸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매물의 총 가치는 10억 위안(약 1640억원)에 이른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판빙빙의 재산은 70억 위안(약 1조 1500억원)에 이른다.
중국 세무당국은 연말까지 유명 연예인 등이 탈세 등을 ‘자수’하고 세금을 자진 납부할 경우 처벌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통해 불법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찰리우드에서 이른바 ‘음양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만큼 이에 대한 당국의 수사도 계속될 전망이다. 판빙빙 사건의 발단도 음양계약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말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의 유명 MC 출신인 추이융위안(崔永元)엔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화 ‘대폭격’(大轟炸)에 출연하면서 판빙빙이 작성한 것이 음양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당시 1000만 위안을 받기로 한 계약서 외에 5000만 위안 규모의 이면 계약이 있다고 폭로했다. 금액이 적은 것은 세무서 납부용이고, 금액이 많은 것이 진짜 계약서라는 얘기다. 이 같은 폭로 이후 판빙빙은 중국 공안의 타깃이 되면서 잠적했다. 중국 국가세무총국이 직접 나서 판빙빙 사건을 조사했다.
이 때문에 찰리우드는 자칫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가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제작 일정을 늦추거나 신규 계약 체결에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텐키 틴 카이만 홍콩영화협회장은 “3개월 전 판빙빙이 사라진 시점부터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위축되기 시작됐으며, 영화는 물론 TV 드라마 제작도 대부분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들어 공산당중앙선전부가 전면에 나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정치적 색채를 강화하고 통제 일변도의 규제를 가하면서 문화산업 전반이 위축된 상태이다.
하지만 판빙빙 파문이 찰리우드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영화감독은 “판빙빙 사건 전에는 톱스타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출연료가 지급되면서 작가나 제작진이 받아야 할 돈마저 부족하기도 했으나 이제 이러한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6월 영화와 TV쇼, 온라인 영상물 등을 만들 때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출연료 독식’ 방지를 위해 주연배우의 출연료도 전체 출연료의 70% 이하로 제한했다. 이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톱스타에게 주어지는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50∼80%를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판빙빙 사건 전에는 실제 받은 돈보다 적은 금액을 기재한 계약서를 만들어 세무당국에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는 ‘음양계약’ 관행도 만연했으나 이 같은 관행도 근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판빙빙의 탈세 사건에 연루된 영화 ‘대폭격’ 개봉을 앞두고 있어 이 영화의 흥행 여부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영화인 대폭격은 배우 송승헌과 할리우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 등이 출연한다. 원래 8월이 개봉 예정이었지만 판빙빙의 사건이 터지면서 상영이 연기됐다. 대폭격이 오는 26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하면 송승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이후 3년여 만에 중국 개봉 영화에 출연하는 한국 배우가 될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