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10%·내년 25% 부과…트럼프 “中보복시 전체로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천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중국 정부가 보복을 경고하면서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수개월 간 불공정한 (무역)행태를 바꾸고 미국 기업들을 공정하고 상호적으로 대하도록 촉구해왔지만, 중국은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1천97개 품목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은 미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 5천55억달러의 절반 정도인 2천500억달러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무역협상을 끌어내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하면 “우리는 즉각 약 2천670억달러의 추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인 ‘3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발표했던 관세 부과 품목은 6천31개였으나 최종 발표에서는 297개 품목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제외됐다. 다만 전체 2천억달러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다.
트럼프 정부는 2천억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올릴 것을 검토했다가 10%에서 25%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는 기업들에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고 높아진 관세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미 관리들은 설명했다.
2천억달러 제품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있어 미국 소비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 구리 외에 가구, 식품류, 의류, TV 등 가전, 주방용품, 향수, 매트리스, 장난감 등이 대거 관세 부과 목록에 올랐다.
스마트워치, 블루투스 장비, 자전거 헬멧, 유아 카시트, 안전장치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중국에서 제조해 들여오는 애플워치, 에어팟이 관세 영향권을 벗어났다.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희토류를 비롯해 화학 원료, 직물, 농산물도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번 관세 결정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가 오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지만,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결정으로 회담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류 부총리가 이끄는 협상단을 다음 주 워싱턴에 보낼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강행 결정에 따라 협상단 파견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오후 “스스로의 정당한 권익과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은 부득이하게 반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선언했다.
다만 중국의 대미 수입은 1천539억달러(중국 통계국 기준·미 상무부 기준은 1천299억달러)로 중국의 맞불 관세 카드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중간재·부품 수출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검열 강화 등의 보복 수단이 동원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1, 2위 국가들의 무역 전면전은 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 직후 성명을 내 “미국 경제는 친(親)성장 정책에 기반해 달려가고 있지만, 2천억달러 어치 중국제품에 대한 관세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관세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고 중국의 추가 보복 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5∼0.7% 깎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고위 관리는 미국이 자국의 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 부주임은 18일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가령 그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해도 중국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충격은 GDP 성장률이 0.7%포인트가량 줄어드는 정도”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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