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간접대화’로 교감…비핵화협상 돌파구 열리나

김정은-트럼프 ‘간접대화’로 교감…비핵화협상 돌파구 열리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9-07 09:48
수정 2018-09-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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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 첫 임기내 비핵화’ 밝혀…트럼프 “함께 해낼 것” 환영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사단의 지난 5일 방북을 계기로 그동안 교착 국면을 이어온 북미 비핵화 협상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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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하면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약’하며 손을 내밀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를 표하며 “함께 해내자”고 화답하면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 희망’이라는 구체적 시간표를 처음 언급한 것은 북미 간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을 둘러싼 속도감 있는 논의를 추동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난기류에 휩싸인 비핵화 논의가 대북특사단을 메신저로 ‘간접대화’를 나눈 북미 정상의 ‘톱다운’식 교감 형성으로 극적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대한 아쉬움도 표하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및 서해 발사장 해체 등을 ‘선제적 조치’로 언급,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 달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미국 내 우려 불식 시도에도 나섰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어가 결실을 얻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제시해온 첫 임기 내 주요 비핵화 달성 시한을 일단 받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11월 중간선거와 대선 재선 성공이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파고들려고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 관심을 끄는 것은 김 위원장이 넘긴 ‘공’을 받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다.

지난달 충분한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제4차 평양행을 전격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을 통해 전해온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특사단은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전해달라고 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후 정 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통화 등의 ‘경로’를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이 특사단의 ‘중재외교’를 통한 간접대화를 한 것이다. 서로 상대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파격적인 비공개 제안 등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을지, 그리고 우리 정부가 제안한 구체적 중재안이 있는지도 관심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명한 데 대해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 감사하다. 우리는 함께 해낼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 입장을 보인 가운데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인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협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말을 계속 아끼며 “할 일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측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최종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에 북한 해커에 대한 기소와 제재를 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첫 철퇴를 내리며 압박 수위도 높였다. 북측으로부터 비핵화 초기 행동에 대한 ‘최대치’를 견인하기 위한 고도의 기 싸움 차원도 깔려 있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8천100만 달러를 빼내 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지난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등의 해킹을 한 혐의로 북한 해커 박진혁과 관련 위장회사인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에 대한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특히 박진혁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기소를 함으로써 ‘법적 대응’과 ‘제재’를 동시에 단행했다.

이와 별도로 하원도 본회의에서 전날 미국을 겨냥한 북한 등 국가 차원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사이버 억제와 대응 법안’을 가결하는 등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의회와 행정부 차원의 압박이 병행되는 모양새다.

국무부는 오는 10∼15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취임 후 첫 동북아를 방문하는 스티브 비건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일정을 이날 발표하면서 비건 특별대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FFVD’를 강조했다. 국무부는 연합뉴스의 별도 반응 요청에도 ‘목표는 FFVD’라고 재확인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북미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더라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이 그동안 종전선언을 위해 선행돼야 할 실질적 비핵화 초기 조치로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 등 구체적 행동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 소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폭파 및 서해 발사장 해체 등을 ‘선제적 조치’로 거론하면서 이에 대한 상응 조치가 이뤄지면 더욱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단계적이며 동시적인’ 행동 원칙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대로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그다음 비핵화 행동 단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걸 재확인한 것이어서 미국과의 간극을 다시 노출한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무엇보다 종전선언과 실질적 초기 비핵화 조치의 선후관계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온 북미가 접점을 마련할지가 최대 관건인 가운데 양측의 힘겨루기가 조기에 해소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간 절충점 조율 등 모멘텀이 마련될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실장이 종전선언을 위한 유엔총회 계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 우리 정부가 희망 사항으로 염두에 둔 ‘9월 종전선언’ 시간표는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향배에 따라 연내 종전선언 성사 등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를 둘러싼 정세가 중대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당장 비건 대표가 내주 한국 등 동북아 카운터파트들과의 조율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안에 대한 어떤 보따리를 풀어낼지도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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