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나 가족 이야기 토대로 한 ‘상상’을 ‘경험’으로 인식
생후 최초의 기억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상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영국 런던대학과 브래드포드 대학 학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심리과학 학술지 ‘사이컬러지컬 사이언스(Psychological Science)’ 최근호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31일 전했다.
연구팀은 6천600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생애 첫 기억에 관해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40% 정도가 2살 이전의 기억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기억의 대부분은 허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연구에서는 생애 첫 기억은 3살부터 3살 반 정도에 형성된다는게 통설이다.
브래드포드 대학의 샤지아 아크타르 연구원 등은 성인 6천641명에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지, 몇살 때 쯤의 일인지를 물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사진이나 가족의 이야기 등에 근거한 기억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기억만을 대답하도록 했다. 이렇게 수집한 기억에 관한 응답을 자세히 분석하고 기억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약 40%에 해당하는 2천487명이 2살 이전의 기억이 있다고 응답했다. 13%인 892명은 한살 이전의 기억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응답을 자세히 연구한 결과 2살 이전의 기억은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사진이나 가족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허구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2살 이전의 기억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중년 이후 연령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크다르는 “이런 잘못된 기억은 어린 시절 탔던 유모차나 애처로운 기분 등 유아기부터 유소년기에 이르는 체험의 편린들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억은 나중에 상상한 상세한 정보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런던대학의 마틴 콘웨이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보고된 기억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 생애 최초의 기억은 대부분 유모차 등 유소년기의 전형적인 일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누군가로부터 “엄마는 녹색 유모차를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유모차가 어떤 것이었을까 상상하다가 그 단편이 기억으로 인식되고 거기에 다른 정보가 추가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콘웨이는 또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애 첫 기억이 허구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실제로 그 기억이 진짜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