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총리 축출 요구하는 시위대와 접촉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총리 축출 요구하는 시위대와 접촉

임병선 기자
입력 2018-04-22 08:48
수정 2018-04-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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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이 축출된 뒤에도 총리로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는 전직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 대열 속에 걸어 들어가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아르멘 사르그시얀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예레반에서 아흐레째 이어진 세르즈 사르그시얀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대를 이끄는 야당 지도자들과 악수하고 가볍게 얘기를 나눈 뒤 공식 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은 넥타이를 풀어 공식 행사가 아님을 드러내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 지도자 니콜 파시냔과 10분 대화를 나눴다. 이어 근처 호텔로 옮겨 공식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파시냔은 이를 거절하고 시위대를 해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대통령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시 승용차에 올라 퍼블릭 광장을 떠났는데 군중들은 “한발 내딛자, 축출 세르즈” 구호를 연호했다.

카푸카스 산맥에 은거한 310만명 인구의 이 작은 나라는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바뀌어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가 더 많이 쥐고 있는데 세르즈 사르그시얀은 대통령에서 물러나 총리에 취임해 여전히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은 이 나라가 진정으로 변하길 바라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그대로여서 자신들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는 많이 회복됐지만 계절 노동자 수출이 주 수입원이어서 유럽연합(EU) 다음의 무역 파트너인 러시아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파시냔은 22일 아침 호텔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회담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는 이번 시위를 ‘벨벳 혁명’이라고 부르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1989년 공산 정권을 무너뜨린 체코슬로바키아의 평화 시위를 일컫는다. 2008년에도 사르그시얀에 반대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수감됐다. 군중 연설을 통해 “권력이 인민에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켜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세르즈는 5년의 두 번째 임기를 마칠 즈음 총리가 될 생각이 없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지난 10일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2008년 처음 대통령에 선출됐을 때도 부정 선거 시비가 일어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바람에 8명이 희생됐다. 그의 지지자들은 아제르바이잔과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영웅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고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터키 등과의 긴장이 지속돼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그의 재임 기간 가난이 만연돼 있고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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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아르멘 사르그시얀(왼쪽)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을 총리로 뽑은 의회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 지도자 니콜 파시냔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예레반 AFP 연합뉴스
아르멘 사르그시얀(왼쪽)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을 총리로 뽑은 의회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 지도자 니콜 파시냔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예레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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