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인, 자기땅에 살 권리 있다”

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인, 자기땅에 살 권리 있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03 09:44
수정 2018-04-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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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불인정’ 아랍권 레드라인 넘은 듯한 발언 “이란 견제 위해 사우디-이스라엘 밀월관계 구축” 분석

중동 이슬람권의 핵심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권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의 영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사우디와 이스라엘 양국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방문 중인 빈살만 왕세자는 2일(현지시간) 발행된 미국 ‘애틀랜틱’ 잡지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빈살만 왕세자는 ‘유대인들에게 조상 땅 최소한의 지역에 민족국가를 향한 권리가 있다고 믿는가’란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나는 각각의 사람이 어느 곳에서라도 평화로운 나라에 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이 그들 자신의 땅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평화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는 “빈살만 왕세자가 유대인들의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며 그는 이스라엘에 관해 나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빈살만 왕세자의 이러한 인터뷰 내용을 두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더 친밀해졌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공개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는 그동안 이스라엘 국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빼앗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철수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동 특사를 지냈던 데니스 로스에 따르면 온건 성향의 아랍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존재에 관한 현실을 거론하긴 해도 어떤 형태의 유대인 선조 땅에 대한 ‘권리’ 인정은 지금까지 어느 지도자도 넘지 않았던 ‘레드라인’으로 간주됐다.

빈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예루살렘에 있는 성스러운 모스크 운명에 종교적 우려를 하고 있고 이게 우리의 일”이라면서 “우리는 다른 어떤 사람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스라엘과 공유할 많은 관심사가 있다”며 “만약 평화롭다면 이스라엘과 걸프협력이사회(GCC) 간 많은 관심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빈살만 왕세자의 이번 인터뷰를 토대로 사우디-이란의 긴장 고조가 이란을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해 온 사우디-이스라엘의 협력강화를 이끌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친밀 관계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가는 직항 여객기에 영공을 개방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대이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자 접촉한다는 관측도 수차례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한 내각 장관은 오랜 기간 소문으로만 나돌던 사우디와의 비밀접촉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9월 “아랍권 국가들과 여러 층위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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