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FTA-북미협상 연계” 돌출발언…논란 예고

트럼프 “한미FTA-북미협상 연계” 돌출발언…논란 예고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30 09:32
수정 2018-03-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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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합의’ 하루만에 또 폭탄발언 던져…미 언론도 해석 분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북미대화의 ‘연계’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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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양국이 이미 사실상 타결했다고 발표한 한미FTA를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합의다. 이제 중요한 안보관계에 집중하자”고 한 지 하루 만에 나온 ‘폭탄 발언’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언급은 북·중 관계 복원 분위기 속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일자가 4월 27일로 확정, 발표된 지 몇 시간 안 돼 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대중연설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 결과에 대해 “훌륭하다”고 자평하던 중 불쑥 이런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왜 이러는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고 했을 뿐 발언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상대방이 깜짝 놀랄만한 엄포를 놓은 뒤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은 트럼프 특유의 협상기법이다.

최근 수입산 철강에 폭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뒤 이를 한미FTA 개정 협상과 연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미FTA와 북미대화의 연계를 시사한 트럼프의 이날 발언도 이같은 수법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두 가지 사안을 연계하려는 의도가 한미FTA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북미회담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미 언론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방점을 두고 한미FTA를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 전선에서 자칫 생길 수 있는 한미 간 균열을 막기 위해 한미FTA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한미FTA를 지렛대로 삼겠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WSJ은 한미 사이에 환율조작 등을 포함한 문제가 남아있고 완전히 타결되지 않았다는 점, 남북·북미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한미가 협력해왔으며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함께 소개했다.

미국 내 강경파 사이에서는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이 북핵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해 리비아식 북핵 해법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북한으로부터 핵 양보를 견인하기 위해 한미 간 단일한 입장 유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 도달에 치우친 나머지 ‘취약한 합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있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오하이오주 연설이 미국의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적인 발언 맥락 등으로 볼 때 한미FTA 협상에 더 방점이 찍힌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한미 양국은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전해진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조작 금지 내용이 부속합의로 포함됐는지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이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바랐던 북미 핵 협상을 연기함으로써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더 유리한 ‘무역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미는 원칙적으로 위대한 새 FTA 협상에 도달했다”며 “이를 마무리하는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협상을 포함해 모든 관련 사항을 고려하고 있으며, 확정된 합의 내용에 서명하는 최적의 시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백악관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돌출발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즉각적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불거진 발언인 만큼 특유의 과장 화법에 따른 레토릭(수사) 성격이 강한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주인 오하이오주에서 표심을 끌어오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의도야 어찌됐건 전혀 별개의 사안인 한미FTA 개정과 북핵 협상을 연계하려는 듯한 발언에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도 한미FTA와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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