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닮아가나…아시아 독재자 언론 탄압 일삼아

트럼프 닮아가나…아시아 독재자 언론 탄압 일삼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9 16:51
수정 2018-01-2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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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미얀마 언론사 폐간 등 탄압…미국 외면 틈타

“트럼프를 닮아가는 건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부 ‘스트롱맨’(Strongman)들이 언론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털어놓고 급기야는 언론사 폐쇄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언론관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남아시아 일부 지도자들은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 “스파이”“잘못된 정보의 빙산”“마피아처럼 행동하는 언론”“가짜 뉴스” 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발언들은 뉴스 매체 폐쇄와 기자 체포 등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29일 전했다.

필리핀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으로부터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는 지적을 받은 독립 매체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허가 취소 조치를 당한 이후 폐쇄 위기에 처했다.

겉보기에는 독립적이면서 비정치적 기구로 통하는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주 온라인 뉴스 매체 래플러(Rappler)의 등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SEC는 래플러가 필리핀 헌법을 위반했으며 외국인투자 규정도 어겼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설립된 이 매체는 그동안 유혈 사태 등으로 논란을 빚어 온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심층 보도했다.

CNN기자 출신이면서 래플러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는 “왜 우리가 그런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하나”고 반문하면서 “이번 조치는 정부에 대한 비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 대변인 해리 로크는 “대통령실은 SEC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래플러는 필리핀 법무부와 국가수사국(NBI)이 2012년 레사가 작성한 기사가 (정부)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그를 소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둘러싸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트럼프가 만든 각본을 토대로 큐시트를 만들어 언론에 대해 맹공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은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떠올랐다.

미얀마의 경우 실질적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라카인 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로힝야족 문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놓고 ‘잘못된 정보의 커다란 빙산’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미얀마 당국은 로힝야 사태를 다룬 2명의 로이터통신 기자를 기소하려고 하고 있다.

로이터는 성명을 통해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전적으로 부당하고 심각한 공격”이라며 “이에 불구하고 미얀마 사태 취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미국 의회로부터 재정 후원을 받는 뉴스 매체 ‘라디오프리아시아’(Radio Free Asia)에서 일하던 기자 2명이 지난해 스파이 혐의로 감금됐다.

RFA는 훈센 총리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무분별하게 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적 지지를 받아 온 캄보디아데일리는 지난해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630만 달러(67억원 상당)의 세금 부과 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국제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WB)는 지난해 말 베트남 당국이 22세의 블로거이면서 시민기자에 대해 정부를 비난하는 선전물을 배포한 혐의로 7년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이들 동남아시아 독재자가 언론에 대해 맹비난을 퍼붓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지역 언론탄압 행위에 대해 아무런 비난을 제기하지 않는 워싱턴 덕에 한층 대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독재자와 그들의 지지자들은 언론에 대한 적대적 대응과 관련해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환영하는 모습들이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동아시아지부 숀 크리스핀은 “이는 참으로 걱정스러운 추세”라며 “동남아시아 독재자들이 전통적으로 언론자유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언론탄압에 대한) 힌트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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