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한반도 담당 대사 등과 회담…러 북핵 중재 시도 일환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북아메리카 국장이 29일(현지시간)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와 회담했다.이날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미국과 북한 간 강경 대립으로 고조된 한반도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회담은 위기 중재에 나선 러시아 측이 최 국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이루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담 뒤 언론 보도문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조성된 정세에 대해 상세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측은 해당 지역의 문제들을 러-중이 함께 제안한 한반도 문제 해결 ‘로드맵’(단계적 문제 해결 구상)을 진전시키는 과정 등을 통해 평화적이고 정치·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공동 노력에 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무차관과도 면담했다고 외무부는 덧붙였다.
지난 26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던 최 국장은 이날 주러 북한 대사관 차량을 이용해 오전 10시 30분께 모스크바 시내 스피리도노프카 거리에 있는 외무부 영빈관에 도착한 뒤 곧바로 러시아 측과 회담에 들어갔다.
회담은 언론 노출 없이 비공개로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 국장은 회담 뒤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오후 7시 10분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편을 이용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
다음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최 국장은 오는 2일 평양행 고려항공편으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이날 회담에서 최 국장에게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을 설득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앞서 미 당국자와의 접촉으로 파악한 로드맵에 대한 미국 측 입장도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문제 담당 특임대사로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부르미스트로프는 지난 7월 말 방북해 자국이 마련한 로드맵 구상을 제시하고 북한 측의 입장을 타진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어 이달 12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모스크바로 초청했고,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이 그와 한반도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과 미국 측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양국의 심중을 파악한 러시아는 로드맵을 바탕으로 당사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중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대북 고강도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자제하고 지난 7월 초 러-중국 양국이 함께 제안한 로드맵에 근거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러-중 로드맵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1단계에서부터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2단계를 거쳐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하는 3단계로 이행해 가는 단계별 구상을 담고 있다.
한편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접촉이 북한의 정책을 바꾸는데 도움을 준다면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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