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서쪽 국립공원·습지 향해…“마이애미 덮쳤다면 재난 불가피했을 것”
역대 최강 위력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한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 주를 빠져나가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향하고 있다.플로리다 주는 릭 스콧 지사가 주민 650만 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플로리다 인구는 약 2천만 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텍사스 다음으로 많다. 주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이 대피하면서 미 재난 역사상 최대 대피 기록을 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플로리다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일찌감치 연방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1일 오후(현지시간) 어마의 중심부가 플로리다 내륙 지역을 벗어난 상황에서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자 3명이 보고됐지만 앞서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 휴스턴에서 5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어마가 카리브해 섬나라를 휩쓸고 지나오면서 27명의 사망자를 낸 것보다도 훨씬 적었다. 물론 62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물적 피해는 상당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어마가 플로리다 전역을 강타하면서도 재앙 수준의 피해를 모면한 것은 미국으로 접근하면서 진로를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어마는 카리브해 동쪽 제도를 지날 때만 해도 최고 풍속이 시속 300㎞에 육박하는 분류상 최고인 카테고리 5등급이었다.
애초 어마는 플로리다 주에서도 인구가 가장 밀집한 동쪽 해안 마이애미와 마이애미-데이드, 포트 로더데일, 팜비치 쪽을 향하고 있었다.
어마는 그러나 카리브해를 지나면서 플로리다 반도의 서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플로리다 반도 남서쪽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습지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큰 도시가 거의 없다.
게다가 쿠바 북부에 먼저 상륙하면서 카테고리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위력이 약해졌다. 쿠바에서는 1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어 플로리다 키 웨스트와 마르코 섬에 도달하면서 다시 세력이 줄었다.
키 웨스트 앞에서 일시적으로 카테고리 4등급이 됐지만 플로리다 반도에 상륙했을 때는 카테고리 2등급으로 기세가 꺾였다.
만약 어마의 중심부에서 가장 강력한 오른쪽 4분원이 마이애미 동쪽 대도시 쪽으로 펼쳐졌다면 폭풍해일 등으로 엄청난 피해가 났을 것으로 기상당국은 분석했다.
웨더채널의 허리케인 전문가 릭 냅은 “마이애미에서의 폭풍해일은 어마의 중심이 조금만 더 동쪽에 있었다면 아마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마는 마이애미 대신 탬파를 덮쳤지만 우려했던 폭풍해일은 심하지 않았다. 물이 금방 빠지면서 도시는 안정을 되찾았다.
재난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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