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들어 아태 지역 미군 전력 강화 움직임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 아시아 태평양 군사예산을 21억 달러(약 2조3천500억 원) 증액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미국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 중에는 아태 지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 배치된 사드 비용이 미국 예산으로 책정될지 주목된다.
CNN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맥 손베리(텍사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번 주 내로 군수품과 사드 미사일 요격체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체계에 각각 10억 달러(1조1천억 원)를 증액하는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 태평양 지역 미 동맹과 공동 훈련 예산도 1억 달러(1천100억 원) 포함됐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는 주한미군 전투항공여단을 유지하는 데도 예산이 쓰일 예정이다.
손베리 위원장은 CNN에 태평양 지역 미군에 “특정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말만이 아니라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이 같은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는 발언 등으로 아태 동맹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증액 예산에 한국에 배치된 사드 비용이 포함됐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아태 지역의 미 국방력 증강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올해 초 아태 지역의 미군 전력 강화에 앞으로 5년간 75억 달러(8조4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아시아 태평양 안전 구상’(APSI)을 내놨다.
매케인 위원장의 구상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지지를 받았다. 미 국방부는 향후 예산에 매케인 위원장의 구상을 반영할 예정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중시 정책’(Aisa pivot)을 세워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군사력 증강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태평양 지역 내 군사 장비 부족을 호소하며 잠수함, 미사일 요격기 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평양사령부는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2013년 2월∼2015년 2월 재임)의 20% 감축 계획에 따라 100명 이상의 인력을 줄였다. 주한미군도 추가로 50명 더 줄어들 예정이다.
손베리·매케인 위원장의 아태 지역 군사력 증강 방안이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나왔지만 사실 오바마 시대의 ‘유럽 안보 재확인 구상’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침공하자 동유럽 지역에 미군 군사력 증대를 위해 국방예산을 증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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