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면 정보공유 중단 검토” 반응도…완전한 협력 중단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기밀정보를 누설했다는 논란에 미국과 정보를 공유하는 동맹국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누설 논란에 대해 “중요한 일이며, 우리는 민감한 정보가 제대로 다뤄지는지 확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의 소통을 전부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을 재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럽 외교관은 “정보를 동맹국 장관과 공유하기 전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공유한 게 놀랍다”고 CNN에 전했다.
독일 의회 정보감독위원회 소속 부르크하르트 리슈카 의원은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이 내부 정보를 (러시아에) 건넨 게 맞으면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트럼프는 대테러 등의 영역에서 매우 민감한 고급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과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리언 패너타는 이날 CNN에 출연해 정보 누설로 핵심 동맹국의 신뢰를 저버린 대가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에 중계된 것으로 알려진 정보를 제공한 동맹국은 향후 미국에 정보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의 한 고위 정보당국자는 AP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당국자들과 기밀정보를 공유한 사실이 확인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정보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동맹국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정보 취급 절차를 따르지 않으며, 이번 정보 누설 건으로 미국을 믿을 수 없는 파트너로 만들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내분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다만 많은 동맹국 정보기관은 시리아 문제 해결과 IS 격퇴 등을 위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협력을 완전히 중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CNN은 설명했다.
러시아·미국과 모두 정보를 공유하는 국가의 한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했다”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므로 민감한 정보 누설이 미국과의 정보공유를 막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러 유럽 국가가 미국에 주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미국으로부터 받으며 이 흐름을 깨지 않으려 한다고 WSJ는 전했다.
WSJ이 인용한 한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도 “미국은 주요 동맹국이며 우리는 계속 미국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브로프 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 등을 백악관에서 만나 ‘이슬람국가’(IS) 주요 정보원을 위험에 빠뜨리는 내용의 핵심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출한 일부 정보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고 전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적 갈등으로 불거질 소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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