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놓고 세계 정상들 ‘응원전’…오바마·메르켈 vs 트럼프

佛대선 놓고 세계 정상들 ‘응원전’…오바마·메르켈 vs 트럼프

입력 2017-04-24 14:22
수정 2017-04-2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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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반세계화, 자유무역·보호무역 등 각국 정치권 대립 반영

프랑스 대선을 놓고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때아닌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 가운데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지지하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 선언을 했다.

정치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의 선거를 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관례상 드문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정치권이 세계화와 반(反)세계화, 개방과 폐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각국 주요 선거와 정치 일정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특히 마크롱과 르펜은 이러한 현안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충돌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관련국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당장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인 슈테펜 자이베르트는 마크롱과 르펜의 결선 진출을 전망한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에게 “(결선까지) 남은 두 주 동안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그는 마크롱이 결선에 진출한 것은 “강한 유럽연합(EU)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메르켈 총리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EU의 맏형 격인 독일의 입장에서 반(反) 세계화와 EU 탈퇴, 국경폐쇄, 보호무역 등을 공약으로 내건 르펜 후보를 견제하고 마크롱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미국에서는 1차 투표를 앞두고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차례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프랑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일 마크롱과 전화통화를 하며 힘을 실어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마크롱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들려주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통화는 공식 지지 선언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마크롱을 옹호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들은 배제한 채 직접 덕담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AP통신 인터뷰에서 “르펜이 국경 문제와 현재 프랑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장 강경하다”며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과 국경 문제에 가장 엄격한 사람이 선거에서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누가 (프랑스 대선에서) 이길지 예측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르펜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르펜은 반(反)이민·반세계화 공약으로 ‘프랑스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이처럼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성향이 투영된 후보를 각각 지원하는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프랑스 대선이 두 사람의 ‘대리전’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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