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잃을 것 없어”, 트럼프 침묵은 보좌진 조언 때문 분석도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을 공개한 데 이어 미사일 발사까지 시도하면서 미국과의 ‘강 대 강’ 대결에 나섰다.주요 외신들은 16일 일제히 이날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 전략에 북한이 오히려 강수를 뒀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북한이 트럼프에게 잽을 날렸다”며 “16일 오전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것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한다는 뜻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호전적 행동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북한이 계속 군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자 강력한 군사력을 내세워 북한을 압박했다.
지난 9일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구축함 2척, 순양함 1척 등을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급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자주 날렸다.
미군의 최근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 공격을 감행한 것이 북한에도 보내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압박에 보란 듯이 강공으로 응수했다.
북한은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열고 신형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외신 기자들을 대거 부른 자리에서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한 셈이다.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을 찾는 날인 16일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북한을 향한 트럼프의 무력 위협은 결함이 있었다”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 동아시아담당국장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탄도미사일 발사도 핵개발 단계에서) 모두 같은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체면을 구겼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만들었던 인상을 일요일 아침의 미사일 발사 실패로 망쳤다”고 표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미 항모가 인근에 온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로 자신의 대담성을 드러내려고 했는데 (발사 실패로)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실패한 것이 처음은 아니고 오히려 핵개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 연구진들이 이번 실패로 뭔가를 배웠을 것이고 기술을 가다듬는 데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무기 제어 분야에서 일했던 알렉산드라 벨은 “북한은 매 (발사) 시험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번 발사는 북한이 국제적인 비난과 직면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미사일) 수송 능력을 향상하기로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사일 발사 보고를 듣고도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이에 트럼프의 측근들이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는 북한을 조롱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 방한에 동행한 한 백악관 외교정책 고문도 로이터 통신에 “예상했던 것이고 놀라지도 않았다”며 “우리의 자원을 여기에 쏟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초기 평가 결과 중거리 미사일이었고 발사 직후 4∼5초 만에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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