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반부터 ‘리더십 위기’…‘러 커넥션’ 의혹에 입지 흔들

트럼프 초반부터 ‘리더십 위기’…‘러 커넥션’ 의혹에 입지 흔들

입력 2017-02-15 09:34
수정 2017-02-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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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러 커넥션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 달도 안 돼 리더십에 큰 위기를 맞았다.

대선 핵심 공약이자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데 이어 ‘안보 총사령탑’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논란 속에 13일(현지시간) 밤 전격으로 사퇴하면서 다시 한 번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두 사안 모두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특히 플린 낙마를 계기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연계 의혹이 다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 커넥션’에 발목이 잡혀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당장 플린이 지난해 대선 때부터 취임 직전까지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꾸준히 접촉했고, 심지어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까지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단지 플린의 개인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연결지어 공세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부터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을 부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만큼 ‘플린-키슬략’ 커넥션 뒤에는 ‘트럼프-푸틴’ 커넥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섹스 동영상’ 등 이른바 약점을 잡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까지 정보 당국이 입수한 터라 트럼프-푸틴 커넥션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14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연계 의혹에 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공개 촉구한 것도 이 이슈를 계속 쟁점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존 코린(텍사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와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로이 블런트(미주리) 상원의원 등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욱 곤혹한 처지다.

상원 정보위 소속인 블런트 의원은 이날 KTR 라디오 인터뷰에서 플린의 러시아 내통 논란과 그에 따른 낙마 사태와 관련해 “모든 사람이 수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빨리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며 민주당의 수사 필요성에 동조하고 나섰고, 그레이엄 의원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플린이 스스로 알아서 전화했느냐, 아니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전화를 했느냐 하는 점”이라고 가세했다.

만약 FBI 수사가 이뤄지거나 연방의회 차원에서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많나 정황이 드러날 경우 40% 안팎의 역대 ‘최저 지지율’에서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은 더욱 흔들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플린 낙마를 두고 권력 내부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계속 터질 수 있는 탓이다. 실제 미 정가에선 플린에 이어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곧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공화당의 한 소식통은 CNN 방송에 “서로를 끌어내리는 ‘왕좌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책과 관련해 순조롭지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반(反)이민’ 조치, 규제 철폐 등 그의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테러리스트를 차단하겠다’며 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등 테러 위험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난민의 입국을 120일간 불허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나 지난 3일 시애틀 연방지법에서 1차 제동이 걸린 데 이어 9일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의 항고심에서도 패소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대법원 상고, 항소법원 전원재판부 재심, 새 행정명령 발동 등 모든 옵션을 열어놓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패소할 소지가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방대법원의 현재 이념 지형이 보수와 진보 4대 4로 반분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법원의 판결이 4대 4 동수로 결정 나면 하급심, 즉 제9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이 그대로 준용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석 중인 대법관 한 자리를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로 채워 대법원을 5대 4의 보수우위 구도로 되돌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지만 민주당의 완강한 반대로 전혀 진척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까지 동원해 고서치 내정자에 대한 인준을 저지하겠다는 각오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려면 100명 가운데 6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52석인 공화당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 ‘핵 옵션’(nuclear option)을 동원해 의결정족수를 ‘찬성 60표’에서 ‘단순 과반’(51표)으로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공화당 지도부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예고한 대로 이번 주 내에 새로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해도 반대 진영에서 즉각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 뻔해 후속 행정명령 역시 첫 행정명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이용한 신형 고체추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며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고 나선 만큼 향후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반대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 “크고 큰 문제다. 매우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는 등의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이나 대응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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