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북극 온난화’ 지목…제트기류 약화로 폴라보텍스 남하
8일(현지시간) 유럽을 기습한 살인적 한파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북극 한파의 남하 원인은 ‘폴라 포텍스(polar vortex)’라 불리는 소용돌이 기류가 남쪽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반구에 있는 이 소용돌이 기류는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존재하는데 최근 북극의 온난화 때문에 움직임이 불안정해졌다는 분석이 최근 자주 나왔다.
폴라 보텍스는 제트 기류로 불리는 강한 바람대가 극 지역을 빠르게 도는 까닭에 제자리에 머무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북극 온난화 때문에 제트 기류가 약화해 폴라 보텍스가 아래로 늘어지면서 찬 공기가 유럽과 북미에 침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룻거대 해양연안 학부의 연구교수인 제니퍼 프랜시스는 UPI통신 인터뷰에서 “제트기류가 북극, 중위도 상공의 온도 차가 점차 줄어 약해졌다”고 말했다
프랜시스 교수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극 온난화, 폴라 보텍스, 제트 기류 약화의 연계성을 확신하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극은 지난주 평년보다 30℃가량 더 높아지는 등 역대 최고의 ‘더운 겨울’을 보내고 있으며, 해빙(海氷)이 형성되는 데 전례 없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 말 해빙의 범위가 1979년 관찰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극 온난화가 지속됨에 따라 폴라 보텍스 범위는 불안정하게 확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의 이동이 물결치듯 불규칙해졌다.
영국 셰필드대의 에드워드 해나 교수는 “이전에는 제트 기류의 파동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10∼20년 동안 북극 온난화가 파동의 진폭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UPI통신은 이 논문을 인용해 지난 30년 동안 폴라 보텍스가 북미에서 유라시아로 옮겨간 까닭에 유럽 전역이 연초부터 꽁꽁 얼어붙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모스크바의 기온은 영하 27도까지 내려갔고, 모스크바서 멀지 않은 코스트로마주(州)에선 오전 한때 기온이 영하 41도까지 떨어졌다.
러시아 기상청은 올겨울이 12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독일 국경 지역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내려갔고,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이탈리아 남부에도 폭설이 덮쳤다. 네덜란드, 헝가리, 스위스 등도 폭설이나 강추위로 불편을 겪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도 겨울 폭풍이 찾아와 도로 곳곳이 마비되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큰 피해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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