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고 딴짓하면 사진찍힌다”…호주 상원 사진규제 25년만에 폐지

“졸고 딴짓하면 사진찍힌다”…호주 상원 사진규제 25년만에 폐지

입력 2016-10-14 11:44
수정 2016-10-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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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상원 ‘25년 특권’ 내달부터 폐지…일거수일투족 카메라에 담길 각오해야

호주 연방 상원 의원들은 지난 25년 동안 의회 회의 중 크게 구애받지 않고 회의장에서 졸거나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다소 거친 제스처를 해도, 소속당과 반대되는 투표를 하거나 한쪽에서 야합을 모색하더라도 생생한 사진으로 영원히 남는다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단단히 각오해야만 한다고 호주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호주 상원은 전날 사진취재와 관련해 25년 동안 유지해오던 강력한 제한 규정을 다음 달 28일부터 폐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동안 상원 회의장의 사진기자들은 의원들이 발언권을 얻어 일어서 있을 때만 촬영이 가능했다. 이를 어기면 회의장 출입 금지라는 대가를 감수해야만 했다.

지난 3월에는 아이패드로 게임을 즐기던 한 의원의 모습이 현장에 있던 한 언론인의 트윗을 통해 밖에 알려지자 경비대원들이 이 언론인의 카메라를 빼앗아 조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원은 의회구역법(Parliamentary Precincts Act)을 활용, 다른 매개체와 달리 유독 사진쪽에만 규제를 적용해 대중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같은 규제는 상원의원들이 항상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비치는 등 상원의원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고 호주 민주주의에 중요한 순간의 기록을 봉쇄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호주 언론과 사진기자들의 주장이었다.

호주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25년간의 투쟁 끝에 얻은 결실로 상원도 더는 ‘비밀의 방’이 아니라며 크게 환영했다.

하원에서는 이미 1997년에 이같은 규제를 풀어 조는 모습이든 게임을 하든 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기자들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번 변화는 묘하게도 지난 8월 피터 코스그로브 총독이 연방 상하원 개원 축하 연설을 하는 동안 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망신을 당한 소수정당 정의당 소속 데린 힌치(72) 의원의 발의로 가능했다.

언론인 출신 초선의원인 힌치 의원의 조는 모습이 찍힌 순간은 개원 행사 탓에 상하원 의원이 모두 모여 있어 가능했다. 또 이는 언론에 장식되는 것을 좋아하는 힌치 의원이 고의로 연출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힌치 의원은 지난달 생애 첫 의회 연설 중 면책특권을 활용, 법원으로부터 공개가 금지된 소아성애자 5명의 신상을 폭로해 언론을 장식한 바 있다.

또 이번 변화에는 기존의 규정 변화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 의원이 은퇴한 것도 한몫했다.

힌치 의원은 상원의 결정 뒤 졸 수도 있는 데 그 모습을 찍지 못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상원 회의장은 신사들의 사교클럽도 아니고 민의의 전당인 만큼 국민이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회의장 내 문서 촬영을 못 하게 하는 규정은 상하원 모두 계속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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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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