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순찰 부정적… 대미 공조 기조 바뀔 듯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는 중국과의 무력충돌이나 군비경쟁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정부와 군사 공조를 강화해 온 미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필리핀 GMA 방송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전날 다바오시 비즈니스 포럼에서 “단지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 하나 때문에 중국과 전쟁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연합뉴스
두테르테 당선인은 “스카보러 섬은 영토가 아닌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문제”라며 “골치는 아프지만 전쟁을 말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미군의 남중국해 순찰에 필리핀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양국 해군은 지난 3월 남중국해 합동 순찰을 했다. 미 태평양함대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국제중재 판결을 앞두고 지난 18일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을 필리핀 동쪽 남중국해 인근에 보내 중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를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필리핀에 유리한 국제중재 판결이 나오면 남중국해 순찰에 해군이 아닌 해양 경비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아키노 정부의 한국산 경공격기 FA-50 도입도 비판했다.
그는 “FA-50은 행사 축하 비행을 위해서만 쓰인다”며 FA-50 구매 비용으로 더 많은 고속정과 야간작전 수행능력을 갖춘 헬리콥터를 사 외국인을 납치·살해하는 무장단체 아부사야프를 추적하는 데 투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필리핀 정부는 189억 페소(4710억 원)를 들여 2017년까지 총 12대의 FA-50을 수비크만의 옛 해군기지에 배치, 남중국해 정찰 등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필리핀은 1차로 도입한 FA-50 2대를 지난 4월 미국과의 정례 합동군사훈련에 처음 투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