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노동자 고용 폴란드 기업들에 EU자금 유입”

“북한노동자 고용 폴란드 기업들에 EU자금 유입”

입력 2016-05-30 15:33
수정 2016-05-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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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대학연구팀, 북한노동자 실태 조사 발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폴란드 기업 일부가 유럽연합(EU)의 지역발전기금(ERDF)을 받았다고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아시아센터 연구팀이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센터는 이날 보도자료와 영문 예비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폴란드에만 400명 넘는 북한 노동자가 32곳 이상의 다양한 지역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이 내놓은 ‘EU 내 북한인 강제노동, 폴란드 사례’ 보고서를 보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폴란드 조선회사 크리스트(CRIST)는 2009년 11월 ERDF의 한 부분으로서 폴란드산업발전기금으로부터 3750만 유로(495억 원)를 대출받았다.

폴란드산업발전기금은 또, 다른 조선기업 나우타(NAUTA)로부터 2년물 채권을 4000만 유로(528억 원)어치 인수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EU 기금이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EU 내 저개발국 지원을 위한 유럽구조투자기금(ESIF)의 하나인 ERDF의 목적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적) 융합 병행 성장이라고 상기하며 이러한 자금 지원이 이들 목적과 상충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에 앞서 독일 언론매체 비체(VICE) 탐사취재팀은 크리스트와 나우타가 EU로부터 경제개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7천000만 유로 이상 지원받았다고 최근 밝혔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가 다룬 것은 비체의 이 취재 내용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비체 취재팀은 폴란드 사업가 세실리아 코발스카가 소유한 아멕스(Armex)와 알손(Alson)이 나우타와 크리스트 등에 북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것도 이미 소개했다.

이날 보고서는 2008∼2015년 폴란드가 북한 노동자에게 내준 노동허가가 2783건이라고도 전하고 최근 몇 년간은 연간 평균 500명가량에게 노동허가증을 발급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폴란드 노동감독 당국은 2010년 이래 북한 노동자 377명을 고용한 여러 회사를 상대로 23차례 조사를 하고 77건의 불법 사례를 발견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연구 책임을 진 렘코 브뢰커 교수는 “현재 우리가 파악한 정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면서 “실태가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EU 국가들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뢰커 교수는 폴란드뿐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도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센터 연구팀은 현장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7월 초 최종 보고서를 내는 데 이어 네덜란드 등 다른 EU 회원국들로 조사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연구팀은 특히 일부 기업들이 EU 내 국경 간 이동이 자유로운 점을 이용해 북한 노동자들을 마치 임대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폴란드를 위시한 해외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는 발표하는 기관과 시기마다 다들 제각각인 상황이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유엔에 제출한 북한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 5만 명 이상이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외화가 부족해진 북한 정부가 이들이 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며, 이런 경로로 조성되는 외화 규모가 연간 12억 달러(1조 3734억 원)∼23억 달러(2조 6323억 원)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12월에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세미나 보고서를 통해 폴란드에만 8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승주 NKDB 연구원은 ‘북한 밖의 북한 : 몽골과 폴란드 지역’ 주제의 세미나 발제문에서 “현재 20여 개 국가에서 5만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외화벌이를 위해 노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NKDB 자료는 이번 연구팀의 보고서에도 중요한 참고기록으로 활용됐다.

NKDB 부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그러나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과 러시아, 중동, 몽골 등 40여 개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약 5만∼6만 명, 최대 10만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북한 당국이 이들을 통해 최소 연간 2억∼3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승주 NKDB 연구원은 같은 달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저희가 최근 조사한 북한 해외노동자 파견 현황은 2013년 1월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자료 기준으로, 전 세계 16개 국가에 4만 6000여 명이 파견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 숫자를 500여 명으로 추산했다.

또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미·일 3국의 북한인권 담당 정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노동자가 나가 있는 국가는 40개국이 넘어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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