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부총리 “증세 연기하려면 중의원 해산해야” 공개적 요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적 맹우(盟友)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나 당 핵심 인사 반대에도 국회해산 없이 증세연기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핵심 현안을 놓고 정권 내부가 양분됐다는 분석과 함께 아베 총리 특유의 독선적인 정치 수법이 다시 발동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2년 반 연기하려면 국회를 해산해 참의원 선거와 더불어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는 아소 부총리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30일 보도했다.
아소 부총리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이달 28일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려면 앞서 증세를 연기했던 2014년처럼 중의원을 해산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들의 요구에 묵묵부답하는 것으로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아소 부총리는 29일에는 도야마(富山)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를 거론하며 “(2017년 4월에는) 반드시 증세한다고 말하고 당선됐다. (증세를) 연기한다면 한 번 더 중의원 선거를 해서 신의를 묻는 것이 이치”라고 공개적으로 중의원 해산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가 재집권에 앞서 당 총재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한결같은 지지를 보낸 아소 부총리가 아베 총리의 구상에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소 부총리는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계기로 열린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일본이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올릴 것이라고 언급했고 국제사회를 향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아소 재무상이 두 번이나 소비세 인상이 보류돼 체면을 구겼다며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는 재무성 간부의 분석을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집권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를 30일 만나 증세연기 계획을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세가 인상됐을 때 생필품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경감세율’ 도입 방침을 자신들의 실적으로 부각해 온 공명당은 ‘증세연기 방침이 너무 갑작스럽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함께 반대를 제압하고 ‘소비세 인상을 2년 반 연기하되 중의원 해산은 보류한다’는 구상을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아소 부총리, 다니가키 간사장, 연립 공명당 등이 불만을 품은 것이 정권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줄곧 당보다는 총리실(총리관저)을 중심으로 이뤄진 의사 결정 구조인 이른바 ‘관저주도’ 혹은 아베 총리의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예상된다.
2014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 계획을 2017년 4월로 18개월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연기하는 것은 없다. 여기서 여러분에게 확실히 그렇게 단언한다. (중략) 2017년 4월 인상은 경기 판단 조항을 (조건으로) 붙이는 것 없이 확실하게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명분 없는 중의원 해산이라는 지적에 세제상의 큰 변화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선거로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 중의원 해산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을 살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증세연기 기간을 2년 반으로 설정해 2019년 10월에 소비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구상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에 1년 반 또는 2년만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2019년 4월에 지방선거가 일제히 예정된 만큼 이에 미치는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 이후로 증세 시점을 잡은 것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자민당 총재 임기가 2018년 9월까지이므로 2년 반 연기하면 임기 중에 증세 문제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증세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총리의 전권 사항인 중의원 해산 ‘카드’를 구사해 임기 후반에 정권 장악력을 높이는 선택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총재 연임을 금지한 당규를 개정해 초장기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