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감자 “차라리 독방에 데려다달라”…막판 출국 거부

관타나모 수감자 “차라리 독방에 데려다달라”…막판 출국 거부

입력 2016-01-22 07:32
수정 2016-01-2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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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출신 수감자, 친척 있는 3개국 희망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14년 동안 갇혀 있던 한 수감자가 21일(현지시간) 국외이송을 거부하고 감옥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예멘 출신의 모하메드 알리 압둘라 와지르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꿔 이송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제3국행 비행기에는 와지르를 제외한 다른 2명의 수감자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지르는 재판 없는 무기한 수감에 항의해 단식투쟁을 벌였던 적도 있는 인물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의 변호사인 존 챈들러에 따르면, 와지르는 최근 자신이 관타나모 기지를 떠나 가족이 한 명도 없는 나라로 이송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몹시 두려워했다고 한다. 와지르는 1980년 안팎에 태어났으며, 관타나모 기지에는 2002년 들어왔다.

챈들러 변호사는 그가 우울해하고 있다면서, 인생의 대부분을 수감 생활을 하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정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등장 인물에 그를 비유했다.

와지르가 당초 가기로 결정된 나라가 어디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와지르는 최근 몇 주 동안 변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친척들이 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밤 통화에서도 주저하듯 “가겠다”는 말을 했으나, 출발 당일이 되자 돌연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챈들러 변호사는 “14년을 옥살이를 하다가 이제 비행기를 타고 떠나게 됐는데 ‘싫어요. 나를 다시 독방으로 데려다줘요’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이나 해볼 수 있는가”라며 “오늘은 내 일생에 가장 슬픈 날의 하나”라고 말했다.

NYT는 이 같은 사실이 국무부 고위 관리로부터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리는 “와지르가 제3국에서의 재정착 제안을 거부했다는 것 외에는 그의 결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 관타나모에서 7년 이상을 보낸 5명의 중국 출신 무슬림 수감자는 팔라우, 몰디브에 이송되는 것을 거부하다 결국 엘살바도르와 슬로바키아에 정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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