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간 별거 중인 필리핀 여성과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분할 다툼
50대 한국인 교민 피살 사건을 공조 수사 중인 한국과 필리핀 경찰은 23일 청부 살인에 무게를 두고 범인을 쫓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우리 수사팀 4명은 전날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에 있는 숨진 조모(57) 씨에서 현지 경찰과 함께 현장 감식, 조 씨 가족 면담 등을 한 뒤 청부 살인에 의한 범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20일 오전 1시30분께(현지시간) 사건 발생 당시 복면을 한 4인조 괴한이 조 씨를 끈으로 묶어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뒤 소음기를 단 총을 3발이나 쏜 점을 고려할 때 단순 강도가 아닌 청부살인업자에 의한 소행으로 분석했다.
현지 경찰은 조 씨와 혼인무효소송을 진행 중인 필리핀 여성을 청부 살인을 의뢰한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한 명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7∼8년 전부터 별거 중인 조 씨와 현지 여성은 이혼소송 과정에서 재산 분할 다툼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특히 조 씨가 조만간 있을 소송 판결을 앞두고 재산을 나눠주지 않으면 청부 살인을 당할 수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이 여성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업상의 분쟁 등 다른 범행 동기나 배후가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박용증 경찰 영사는 “괴한들이 조 씨를 살해한 방식, 조 씨와 필리핀 여성과의 재산 다툼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청부 살인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 수사팀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기 위해 현지 경찰과 함께 범행에 사용된 탄환, 주변 폐쇄회로(CC) TV 분석 등 공조 수사를 벌인 뒤 24일 귀국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범죄와 관련, 우리 수사팀이 현지에 파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팀은 범죄수사 전문가, 현장감식 전문가, CCTV 분석 전문가 등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분석 전문가로 구성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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